Y군 92

영어보다 실용적이고 전달력이 강한 경상도 사투리

아내의 한국어 실력, 특히 사투리 실력이 많이 늘었다. 오늘은 아침 일찌부터 우리 둘 다 집에서 컨퍼런스 콜로 각자의 회사일로 미팅이 있었고 이래저래 할 일도 많고 해서 출근 전에 보통 때보다 훨씬 바빴다. 그러던 중 내가 정신이 없던 중에 실수로 아내의 성질을 긁을 말과 행동을 하게 되었다. 보통 이런 경우 나올 말은 아래와 같다. Why are you doing this to me? Don't you see I'm so busy and stressed out with my crazy schedule? blah~ blah~ (중략) Please do not bother me and go away! Leave me alone. 그러면 나도 성질이 나서 티격태격 영어로 가벼운 말다툼을 하게 된다. 그런데 ..

Y군/Life Streaming 2008.05.09

근황 + 공지

1. 며칠 전에 미국나이로 스물아홉이 되었습니다. 한국나이로는 서른이라고 하는 믿어지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고 하는데 저는 만으로 나이를 세는 미국에 살기 때문에, 한국나이로 서른이라고 우겨봤자 누가 인정해주지도 않기 때문에, 철저히 무시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아직도 무모함과 무지함이 넘쳐나기에, 즉 정신연령이 20대 초반에서 머물고 있기에, 도무지 서른이라는 나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군요. 고로 저는 스물아홉이라고 공표(proclaim)합니다. 2. 서른이라는 나이가 될 때까지 이루고 싶은 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앞서 말한 바처럼 저는 스물아홉이기 때문에 아직 1년이 남았지요. 미국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면서 만3년을 까먹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서른이 되면 늘 상상했던 모습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3년 연..

Y군/Life Streaming 2008.04.16

우리집에 놀러 오려면 예약을 해야한다.

우리집은 호텔이다. 내가 호텔에 산다던가 호텔을 경영한다던가 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 집을 호텔처럼 지인들에게 열어두었다는 뜻이다. 사는 동네가 물가가, 특히 집세가 미국에서 가장 비싼 지역 중 하나이니만큼 우리집은 큰 집은 아니다. 침실 하나, 부엌 하나, 거실 하나가 전부이다. 그래서 지인들이 오면 잘 곳이 거실 밖에 없다. 사람을 좋아하고 함께 부대끼며 사는 것을 좋아하는 부부라 아예 처음에 이사올 때 침대 겸용 소파를 샀고 거실 입구에는 커튼도 달아 놓았기 때문에 손님이 있을 때면 거실이 사랑방이 되는 것이다. 하도 자고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재미삼아 엑셀에 기록을 해보았다. 우리집 숙박계인 셈이다. 우리가 이 집에 이사온 2006년 7월 말부터 현재까지 약 1년 8개월간, 날수로 약 600일간 누가..

Y군/Life Streaming 2008.03.26

닭날개와 컬처코드

오늘은 특별히 집에서 치킨 윙(닭 날개) 요리를 만들었다. 아내도 친구들 만나서 놀다가 늦게 들어온다고 해서 누구 눈치 볼 것도 없고 해서 아내의 레시피에 따라 대충 만들어 보았다. 사진을 보면 잘 모르겠지만 꽤 잘 만들어졌다. 한국에는 흔하지 않은 오븐 덕분에 이런 걸 다 만들어 먹고 산다. 닭 날개를 뜯어먹고 있자니 이런저런 재미있는 생각들이 떠올랐다. 1. 흑인들이나 일부 남미사람들은 닭을 먹을 때 관절 끝부분을 뼈째로 깨끗하게 씹어먹어 버린다. 한국사람들도 꽤 깨끗하게 연골까지 먹어치우노만 걔네들은 그걸 보고 왜 제일 맛있는 부분을 버리냐고 뭐라고 하더라. 2. 사실 한국 사람들만큼 음식 깨끗하게 남김없이 잘 먹는 민족이 많이 없다. 대학시절 세상 넓은 줄 알아버리는 바람에 동아시아와 유럽의 지역..

가사와 육아를 돌보는 남편 - 가사분담에 관한 짧은 생각

요즘 집에서 일을 많이 하고 있다. 여러가지 파트타임 일 중에서 지금은 거의 두 가지로 줄여서 집중하고 있는데 주로 많은 시간을 재택근무가 가능한 웹 쪽 일에 분배하고 일주일에 한두번만 사무실에 회계 일을 하러 나간다.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일을 할 수 있기는 하지만 날이 춥고 일단 나가면 돈을 써야 하기 때문에 사무실에 나가지 않는 날은 주로 집에서 일을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가사를 분담하는 비중이 자연스레 높아진다. 밖에서는 도시락을 먹거나 간단히 사먹고 말 점심을 요리부터 설거지까지 좀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고 작년 초반 반년 이상을 집안일과 공부를 병행했더니 버릇이 되었는지 집안일도 자연스럽게 많이 하게 된다. 형제자매가 없어서 어렸을 적부터 집안일을 많이 도왔고 오랜 자취생활도 했고..

관심도 없던 팝스타 공연관람 - Bow Wow / Chris Brown

며칠전 매우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메디슨스퀘어가든에 젊은 팝스타들인 Bow Wow와 Chris Brown의 공연을 보러 간 것이지요. 평소 팝음악을 즐기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들은 요즘 한창 주가 높은 미국 흑인음악계의 아이돌스타들입니다. 저는 나이도 나이(10대가 아니라는 말씀^^;)지만 힙합이라 랩 쪽은 오랫동안 듣질 않았고 크리스 브라운 같은 경우에는 R&B를 좀 한다고는 하나 도무지 제 취향이 아니기에 공짜표가 주어진다고 해도 가지 않을 상황이었지요. 게다가 콘서트장에는 분명히 흑인들만 가득할 텐데 동양인이 노래도 하나 모르는 주제에 중간에 끼기도 좀 기분이 묘하구요. 그런데 티켓값만 1인당 100불이 넘는 공짜표가 주어지니까 생각이 좀 달라지더군요. 미국의 팝 공연문화는 한번도 경험해 본 ..

Y군/Life Streaming 2007.12.25

미국에서의 4번째 Thanksgiving Day

1. 나에게는 매우 낯설지만 어느새 일년중 가장 기다리는 날 중 하나가 되어버린 미국의 명절, Thanksgiving Day(추수감사절). 2003년에 미국에 있을 때 처음으로 현지에서 추수감사절을 경험해 보았고 2005년, 2006년, 2007년 올해까지 벌써 미국에서 4번째 추수감사절을 맞았다. 2003년에는 Atlanta의 친구집에서 2005년에는 Daytona Beach 근처의 캠핑장에서 2006년에는 중부 뉴저지의 친구집에서, 그리고 올해에는 우리집에서 Thanksgiving Dinner(추수감사절 만찬)를 가졌다. 손님으로 관찰자격이었던 처음 두번의 추수감사절과 달리 작년과 올해는 내가 주최자가 되어서 손님들을 초대하고 요리를 해서인지 낯설기만 했던 이 미국의 명절이 한국의 추석 못지 않은 의..

Y군/Life Streaming 2007.11.27

금전에 관한 생각

종종 미국생활에 유용한 금융지식을 블로그에 포스팅해 주시는 yjae님의 글을 읽고 금전에 관한 저의 생각을 몇 가지 끄적여 봅니다. 전 경영학을 전공해서 그런건지..(진짜 경영학적인 사고라도 했으면 좋겠다!) 신용카드와 친구들에게 꾼 돈으로 버티며 IMF 시절을 살아서 그런건지..(안습..) 부채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편입니다. 물론 그 부채의 양에 대한 스스로의 채무능력이 의심되지 않는 범위에 한해서입니다. 저희 어머니나 아내는 펄쩍 뛸 말이지요. 부채도 잘만 활용하면 그 부채의 현재가치보다 높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스스로의 신용한도를 넘어가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제 개인적인 신용한도는 부채의 양에 의해서 제 생각이나 행동이 소심 혹은 찌질해지지 않을 때까지입니다. 모기지나 카드 빚 때문..

고2 어느 여름밤 느꼈던 공포 그리고 K군

지금은 나에게 누구보다도 소중한 형이자 친구인 K군이란 사람이 있다. 나보다 1년 일찍 학교를 들어간 탓에 내가 고2 때 고3이었던 K군은 정말 독특하고 재밌으면서도 배울 점이 넘치는 선배였다. 너무 죽이 잘 맞은 탓에 의형제까지 맺어버린 이 사람이 그 해 여름 평생동안 잊지 못할 (=두고두고 놀려먹을) 에피소드를 만들어주었다. 한국의 여느 고등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면 학원으로, 학원이 끝나면 독서실로 직행하곤 했는데 독서실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는 늘 새벽 2시가 넘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시간까지 공부를 하면서 깨어있다는 것도 대단했지만 그 늦은 시간에 가로등만을 의지해서 20분 가량을 혼자서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왔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공부한답시고 밤 늦도록 무리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