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특별히 집에서 치킨 윙(닭 날개) 요리를 만들었다. 아내도 친구들 만나서 놀다가 늦게 들어온다고 해서 누구 눈치 볼 것도 없고 해서 아내의 레시피에 따라 대충 만들어 보았다. 사진을 보면 잘 모르겠지만 꽤 잘 만들어졌다. 한국에는 흔하지 않은 오븐 덕분에 이런 걸 다 만들어 먹고 산다.
닭 날개를 뜯어먹고 있자니 이런저런 재미있는 생각들이 떠올랐다.
1. 흑인들이나 일부 남미사람들은 닭을 먹을 때 관절 끝부분을 뼈째로 깨끗하게 씹어먹어 버린다. 한국사람들도 꽤 깨끗하게 연골까지 먹어치우노만 걔네들은 그걸 보고 왜 제일 맛있는 부분을 버리냐고 뭐라고 하더라.
2. 사실 한국 사람들만큼 음식 깨끗하게 남김없이 잘 먹는 민족이 많이 없다. 대학시절 세상 넓은 줄 알아버리는 바람에 동아시아와 유럽의 지역연구 과목들을 많이 들었다. 그 때 공부한 바로는 역사적으로 워낙에 침략을 많이 받았고 그 때마다 고기란 고기는 다 빼앗겼기 때문에 버리고 간 부위로만 음식을 만들어 먹는 요리법들이 그리 많다고 한다. 꼬리곰탕, 소머리곰탕, 돼지수욕, 닭발, 족발, 삼겹살 등등 예를 들자면 셀 수 없이 많이 있음에 매우 놀랐었다. 물론 남김없이 쪽쪽 빨아먹어야 복스럽게 보이는 정서도 그렇게 만들어 졌단다.3. 그럼, 일부 남미나 아프리카의 국가들도 우리처럼 그렇게 힘들게 살았던 과거가 있었을까? 그래서 그렇게 관절뼈까지 씹어먹어 버리나?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그런데 사실인 것 같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도 못했지만 근대에 들어 침략과 착취를 끊임없이 당한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뭔가 아구가 맞는다.
4. 예전에 유럽 친구들을 데리고 안동에 놀러간 적이 있는데 그 중 일부가 찜닭은 대충 살만 발라 먹더니 조기(생선)는 등뼈만 남기고는 깨끗하게 먹었었다. 정말 무슨 만화에 나오는 생선 뼈 같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친구들이 북유럽 출신이다. 북유럽에도 음식문화에 영향을 미칠 만큼 식량사정이 좋지 않았던 때가 있었는지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고 보니 근대화 이전에 북유럽은 식량조건이 그리 좋지 않았다. 바이킹이 활개를 치고 침략활동이 가장 활발했었다.
역사, 지리, 언어, 문화 등의 차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참으로 다양한 코드들이 있다. 이런게 보고 느끼고 싶어 외국살이를 시작했는데 오늘은 엉뚱하게도 닭 날개를 뜯다가 묘한 배움을 얻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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