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군 92

최초의 기억

나는 기억을 많이 하고 사는 편이다. 기억하고 있는 최초의 순간부터 현재까지, 물론 상당한 왜곡이 있겠지만, 시간 순으로 나열이 가능하다. 사람이름을 기억하는 데는 시원찮으나 서사나 이미지는 상당히 세세히 기억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든가 가장 소중 기억을 들라고 하면 상당히 난감하다. 30년 가까이 살아온 나날들, 그리고 순간순간이 그렇게 쉽게 추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어느 특정 시점의 기억을 환기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수도 없이 누적되어 있는 기억의 파편들 중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최초의 그것은 외가댁 안방 한구석에 있던 외할아버지의 병석이다. 내가 기어 다니기 시작했을 때 외할아버지께서는 이미 많이 편찮으셔서 방한구석에 병석을 만들어두고 링거 주사를 맞으시다가 내가 ..

3달간의 대학원 준비를 끝마치고

마침내 3달간의 긴 수험생모드를 마치고 자유인, 혹은 백수가 되었다. 데드라인에딱 하루 전에 급행으로 원서를 보내고 데드라인 날 GMAT 시험을 치렀다. 갑자기 내린 결정이니만큼 모든 준비가 굉장히 빡빡하기는 했지만 아무튼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었다. 시험 및 대학원 응시료만 800불 가까이 들었다. 만약에 대학원에 낙방을 하게 된다면 그간 써온 시간과비용 때문에 상당한 데미지를 받을 터이지만 후회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앞만 보고 가도 모자란 판에 이미 퍼부어 버린 자원을 아까워한들 무엇을하겠는가. 매몰비용(sunk cost)은 장부상으로도 의미를 두지 않는다. 결국 GMAT도 TOEFL도 만족할 만한 점수를 내지 못한 것 같지만 나름 건진게 제법 된다. 첫째, 딱 내 수준의 수학문제를 신나게..

Y군/Life Streaming 2007.05.04

뒤늦게 친구의 부고를 받다

대학원 응시접수도 끝나고 시험도 끝나고 간만에 편한 마음으로 메신저를 켰다. 오랜만에친구들의 안부를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한국시간으로 새벽에 유일하게 깨어있던 친구가 내게 전해준 것은 한때 너무나 친했던 고교 동창의부고였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 친구가 자초지종을 한마디 한마디 메신저에 써주던 순간이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이렇게받아들이기 어려운 진실이 있었나.. 도무지 실감이 나질 않아 슬픔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 친구와 나는 국민학교와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다. 고등학교 때는 3년간 같은서클에서 서로에게 비길 수 없을 만큼 써클을 사랑했고 학생회 활동도 열성적으로 함께 했었다. 나이에 비해 몇 년은 성숙했었기에 늘 배울 것이 있었고생각과 행동이 늘 일치했으며 언..

Y군/Life Streaming 2007.05.04

나도 간단히 일상을 정리

1. 토요일날 토플을 치고 왔다. 별로 공부도 안했지만 특별히 자신이 없거나 떨리지도 않았다. gmat 공부하면서 토플을 치려고 하니 리딩이나 라이팅은 쉬운 편이었다. 듣기도 미국서 도합 2년 이상 뒹굴었으니 가볍게 넘어가고 문제는 말하기였는데 15초~20초 정도 생각할 시간을 주고 40초~1분 정도 말할 시간을 주는데 이게 어렵더라. 몇번 연습을 했는데 완전 버벅거리다 왔다. 한 국에 있을 때 pbt/cbt 공부를 했었는데 별로 실생활이 도움이 안되고 공부가 끝나면 잊어버릴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 ibt를 준비하면서 느낀 건데 새로 바뀐 ibt 토플은 실질적인 영어능력 향상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 같다. 앞으로 영어 공부하는 분들에게 토플을 추천할 생각이다.2. 이글루스한테 강한 실망을 했었는데..

Y군/Life Streaming 2007.04.27

나도 멘토가 있었으면 좋겠다.

몇년 전에 "내 인생최고의 멘토" 와 "10년 후" 를 함께 읽고서 인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리 어렵거나 장황한 책은 아니었지만 나라는 존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수는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늦은 감이 있었지만 '늘 가까이 하며 배울 수 있는 사람', 멘토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매년 올해의 목표에는 ‘멘 토 만나기’ 가 늘 올라 있었지만 이민생활을 시작하며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만나는 사람들이 제한되어 있어서이루지 못한 채 다음해로 넘어가는 항목이 되어왔다. 플로리다에 있을 때에는 대학도시에 살았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이 동생들이었고 알고 지내던 교수님들은대부분 이공계여서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만약에 경영학교수를 한 분이라도 만날 수 있었다면 얘..

편지쓰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편지쓰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 초딩 때부터 중고시절 그리고 군대까지 편지를 쓰는 것은 나에게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그것이 연애편지이든 친구에게 쓰는 안부편지이든 크리스마스 카드이든 간에 한장 한장 써내리는 것이 그렇게 행복하고 신이 날 수가 없었는데 요즘에는 생일카드 한장 쓰는 것도 한참을 생각해야 몇줄을 써내리곤 한다. 편지를 쓰기 시작하면 보통은 4-5장 많게는 15-20장 정도를 쓰곤 했는데 무슨 할말이 그리 많았는지 돌이켜보면 참 놀라울 따름이다. 얼마 전에 한국에서 사촌동생이 몇 년 만에 뜬금없이 전화를 했다. 7-8년 전에 내가 저한테 보낸 장문의 편지를 책상 정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단다. 어찌 그리 구구절절하게 마음을 가득히 담아서 편지를 쓸 수 있었냐고 물어보더라. 형제..

당신들을 사랑하지 않는 이상, 당신들의 삶에 연루되고 싶지않다.

일부 한국사람들은 같이 살아가기가 정말 어렵다. 조금만 친해지면 시도때도 없이 연락을 하고, 염치없는 부탁을 서슴치 않고, 마치 자기가족이나 되는양 아무 거리낌 없이 대하고, 심지어는 자기네 머슴인양 휘두르려는 사람들이 있다. 도를 지나친 혹은 선을 넘어선 친근함의 표현 혹은 영향력의 과시인가? 내가 생일을 챙겨주고 일년에 두세번씩 연락을 하는 친구들은 나와 정말 가까운 친구들이다. 그들은 아무리 나와 가까워도 부탁을 아끼고 의견피력에 조심스럽다. 내가 까탈스러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런 친구들만 남아서 그렇다. 스스럼 없이 지내면서도 서로 존중을 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면 기꺼히 도와주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그런 관계는 물론 쉽사리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간과 신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진정한 '공유'..

준비하고 있다면 사람과 기회는 언제든 붙잡을 수 있는 거다

GAMT 점수가 잘 나오더라도 지원할 수 있는 학교가 많지 않다. 일단 가고 싶은 곳이 회계학 석사 쪽인데 주변에 갈만한 학교가 그리 많지 않다. MBA가 필요한 것도 아닌데 NYU나 Columbia 같은 명문사립에 가서 수억원을 뿌릴 이유도 능력도 없다. 자가용이나 대중교통 수단으로 다닐만한 학교가 2군데 정도 있는데 결국 나는 이들에 풀베팅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 두 학교 아니면 갈 데가 없다는 부담과 지난 두세달간 공부하느라 보낸 시간에 대한 보상심리가 나를 상당히 밀어 부치고 있었다. 만약에 못 가면 어떡하나, 뭐 해먹고 사나 하는 걱정이 나를 좀먹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그때 가서 생각해도 될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학위나 자격증으로 나를 구속하지 않아도 세상에 할 일은 많으니..

Florida Gators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

오늘 저녁에 코네티컷 어딘가에 있는 스포츠바로 NCAA 농구 결승전을 보러 간다. 아내의 모교이자 내가 잠시 몸 담았던 University of Florida (Florida State University가 아니다!!)가 작년 우승에 이어 올해도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기 때문이다. UF출신의 친한 친구들이 현재 보스톤과 뉴욕, 뉴저지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데 모두 스포츠 광팬들이라 함께 모여서 게임을 볼 장소를 찾다보니 어느 정도 중간 지점에 위치한 코네티컷에서 모이기로 했다. 각자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운전을 해야 하지만 오랜만에 모여서 모교의 NCAA 우승을 지켜볼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에 만장일치 합의를 보았다. 빠순이 수준으로 즐거워 하는 아내와는 달리 나는 그 즐거움이 약간 들한것 같다. 나는..

뜬 눈으로 밤을 새다...

포스팅 당분간 쉬더라도 지금 당장은 공부도 안되고 할일도 없으니… 지금 시각 아침 6시35분.. 아직도 잠이 오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밤샘을 했던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학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직딩도 아니다만...) 왜 이럴까... 의도하지 않게 밤새도록 공부는 실컷 했다. 단어 400개는 외운 것 같다.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저녁 먹고 편의점에서 못보던 캔커피를 하나 마셨다. 커피는 잠 안올때 마시는 음료수라는 개념을 가진 채 30년 가까이 살았는데 이럴 리가 없다! 여기 오늘 마신 야릇한 처음 보는 스타벅스 캔 커피다. 이 커피 도데체 정체가 뭐냐?!! 이 커피에 카페인이 보통 커피10배 정도 들어있나? 캔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카페인 함량이 표시되어 있지 않은걸 보니 수상쩍긴 하다. 역시 ..

Y군/Life Streaming 2007.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