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군 92

브레인 불만족 - 멀티태스킹 못하는 자의 불만과 희망

요즘 나의 시간을 묘사하자면 보기 좋은 조각으로 나뉘어서 각각 다른 입에 들어가는 치즈케익 같다. 어떻게든 벌이를 해야만 해서 작년 하반기까지는 이일 저일 손대고 있는 것들이 많았는데 거의 다 정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작년에 파트너 형님들과 창업한 회사들과 그 일이 시작되기 전에 시작된 웹 컨설팅 일이 2가지에 일주일을 쪼개서 조금씩 나눠서 투입하고 있는 상황인데 서로 비슷한 분야이기 때문에 시너지도 많이 나지만 반대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때가 많다. 월요일은 A회사일, 화요일은 B회사일, 수요일은 C회사일, 목요일은 B회사일, 금요일은 다시 A&C회사일, 저녁 밑 밤에는 D회사일 정도로 시간을 나눠서 일을 하는데, 문제는 시도 때도 없이 넘어오는 급히 처리해야 할..

버스 안에서 영단어를 외우는 멕시코 청년

꽤 오래 전부터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여기저기로 웹 컨설팅 일을 하러 가고 있다. 아침에 맨하탄에서 뉴저지로 reverse commuting을 할 때도 종종 있다. reverse commuting은 보통 도심지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도심으로 통근을 하는데 반해 도심지에 거주하며 일은 주변 지역에서 하기 위해 통근하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매일 뉴저지에서 수백만의 인구가 맨하탄으로 버스, 기차 자가용 등을 이용하여 통근(commuting)을 하는데 반대로 맨하탄에서 뉴저지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주로 버스를 이용하는데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warehouse 등에서 일을 하는 멕시코인 노동자들이 타고 내리는 것을 자주 보게 되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들 중 자주 보는 한 청년이 매일 열심히 수첩..

2009년 정리

오랫동안 블로그와 블로고스피어를 떠나 있었습니다. 아직도 이 블로그의 피드를 붙들고 계신 109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씀과 감사하다는 말씀을, 그리고 새해인사를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경제한파가 몰아치면서 많은 분들이 예년과는 많이 다른 한 해를 보내셨겠지만 저에게 2009년은 정말 운명이 소용돌이친다는 말을 몸으로 느끼던 한 해였습니다. 경험하고 배우고 생각한 것들이 참 많았는데 그것을 블로그에 기록하거나 나눌 틈도 없이 쉴새 없이 왔다는 것이 아쉽군요. 몇 가지만 늘어놓자면.. 1. 창업을 하고 풋내기 사업가가 되었습니다.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은 제가 혼자서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고, 일을 통해서 알게 된 분들과 의기투합해서 Partners가 되었답니다. 경력도 학력도 저와는 비교도 ..

Y군/Life Streaming 2010.01.04

근황

포스팅을 너무 오랫동안 못하다 보니 쓸 말이 너무 많이 쌓였군요. 하나하나 쓸 여력은 없고 제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들과 지인들을 위해 간단히 근황이나 정리해 봅니다. 1. 바쁩니다. 하고 있는 일이 꽤 많습니다. 할 일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더 그렇습니다. 잠을 6시간으로 줄였는데도 여전히 부족해서 time/task management 툴을 새로 개편하면서까지 고군분투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그 날 할 일들에 꽤 흥분되고 신나는 나날들입니다. 프리랜서/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이렇게 어려운 경제에도 불구하고 (큰 돈은 안되어도..^^;) 일거리가 계속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감사하군요. 2.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와 운동하기를 시작했습니다. 작년에는 한국에 계신..

Y군/Life Streaming 2009.04.08

영구 영주권자 신청이 통과되다

엊그제 집에 들어오면서 우편함을 열어보았더니 미 이민국(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U.S. Citizenship and Immigration Services)에서 편지가 와 있더군요. 지난 몇 년간 이민국에서 뭐가 날아오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몰라도 일단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내 나라, 내 땅이 아닌 곳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체류 신분에 혹시라도 뭐가 잘못 되었을까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집에 들어와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어서 편지지를 펼쳐보니 본문 첫 줄이 “Congratulations!” 으로 시작합니다.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다음 문장을 보니 다음과 같습니다. “Your request for the removal of the cond..

Y군/Life Streaming 2009.03.23

뉴욕에서 커플 마사지를 시도하다

한국에 있을 때 꺼려했던 곳들 중 하나가 안마 시술소였습니다. 안마 이외의 비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곳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입니다. 서울이나 지방이나 스포츠 마사지를 제외하면 건전한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퇴폐 영업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꺼리던 곳을 아내와 둘이서 다녀왔습니다. 당연히 퇴폐 영업소는 아니고 뉴욕의 건전한 마사지 시술소였는데, 요금이 좀 많이 비싸긴 했지만 정말 돈이 아깝지 않은 1시간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아내나 저나 일을 무척 많이 했는데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서인지 어깨는 물론 목덜미까지 뻐근해져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몇 달간 경제도 어렵고 정리해고 바람도 거셌기 때문에 휴가나 휴식은 생각도 못하고 계속 긴장하면서 일을 했는데, 이러다가는 ..

Y군/Life Streaming 2009.03.18

처남이 한국말을 한다! - 이민사회 세대간 차이와 남겨진 숙제

며칠 전에 큰처남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갑자기 저를 ‘형’ 이라고 부르면서 떠듬떠듬 한국말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너무 놀라서 전화기를 떨어뜨릴 뻔 했는데 오랜만에 처남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처남하고 한국말로 이야기를 한 것이 무슨 큰 사건인가 하겠지만 처남은 한국말을 거의 못하는 재미교포 2세입니다. 장모님께서 거의 네이티브 수준으로 영어를 하시고, 한국사람들이 많이 없는 곳에서 자라서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하지요. (아내도 마찬가지입니다만 한국서 나고 자란 사람인 저를 만나면서, 그리고 한국 드라마에 빠져들면서 한국말이 일취월장한 케이스이죠.^^) 그런 처남은 어설프게 한국말을 하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합니다. 게다가 굉장히 미국적이라서 형..

얼음장 같이 차가운 물

올 겨울에는 집 안에서 춥다고 느낀 적이 별로 없었는데 어제는 추워서 아침부터 고생을 좀 했습니다. 건물의 보일러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더군요. 일 때문에 첼시 쪽에 나가야 해서 머리를 감아야 하는데, 보일러가 고장 났으니 따뜻한 물이 나올리 만무하지요. 나갈 시간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서 떡진 머리를 하고 책상에 앉아서 일을 좀 하다가 오전이 다지날 무렵에야 욕실로 들어갔습니다. 제가 찬물로 씻는 걸 좀 많이 싫어합니다. 군생활을 강원도 인제에서 했는데 막사 시설이 낙후되어서 뜨거운 물을 하루에 한번만 쓸 수 있었거든요. 짬밥 안될 때는 그것도 쓰질 못해서 일주일씩 씻지 않고 살다가 분대장의 명령에 동기들과 영하 25도의 겨울날 찬물로 샤워를 한 적도 있습니다. 추운 곳에서 군생활 해보신 분들은 다 이해하..

K군, 뉴욕에 다녀가다

내 블로그에 자주 등장하는 절친한 형이자 둘도 없는 친구인 K군이 다녀갔다. 사실 다녀갔다라는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어려운 걸음을 한거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직장생활 하면서 받은 첫번째 장기휴가에, 100만원이 넘는 비싼 비행기표를 사서, 뉴욕으로 친구내외를 보러 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걸음인지 짐작조차 못하겠다. 어려운 걸음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기는 하지만.. K군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그리고 고마운 사람이다. 마음 편히 기댈 수 있는 친구나 친지 하나 없는 미국에서 3년 반 동안 살아오는 동안 이렇게 미국으로 나를 보러 온 사람은 K군이 처음이다. 여행이나 출장으로 뉴욕에 머무는 동안 잠시 얼굴을 본 친구들이야 몇명 있었지만 이곳이 한국에서는 거의 지구 ..

Goodbye, Circuit City.

한시절을 풍미했던 circuit city가 사라지고 있다. 처음에 그들이 부도 선언을 했을 때만 해도 별 실감이 나질 않았다. 방대한 카테고리와 상품정보를 가진 그들의 웹사이트가 문을 닫았을 때도 그랬다. 그런데 며칠전 이메일로 배달된 아래의 그림 한장에 마음이 울컥한다. 학생시절엔 Best Buy와 함께 일주일에도 두세번씩 들락거렸던 곳인데, 매주 일요일 아침에 이메일로 배달되던 세일정보를 그렇게 기다렸었는데, 이젠 이 싸구려 티가 흐르는 신문 전단지 같은 포스터 한장을 끝으로 circuit city는 다시 볼 수 없게 된단다. 전자제품 마니아로서 CC나 BB가 추억 속에서 차지하는 영역이 무척 크기 때문에 씁쓸함을 넘은 섭섭함이 밀려온다. liquidation sale이란 정말 가슴 아픈 말인 것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