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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떻게 밑천을 마련했고 어떻게 그걸 다 소진했는가

최근 2-3년 동안 반복해서 드는 생각이 있었다. 바로 밑천이 털렸다는 느낌이다. 10년 전, 나한테는 남들한테 없는 특별한 지식과 경험이 있다고 생각했다. 미국 회사에서 처음 스카우트 제의가 왔을 때 나는 자신감이 있었고, 그 회사에서 아직 경험하지 못한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부족한 영어 때문에 회사로 오르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기도를 하기는 했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면 팀 내의 누구보다도 먼저 일을 끝내고 지속적인 성과를 냈었다. 그런데 지금은 느낌이 조금 다르다. 내 업무 분야에서의 자신감과 자부심은 아주 높지만, 그 이외에는 모르는게 너무 많아진 것 같다. 가난하고 젊은 이민자였던 나에게 중요한 것, 나의 밑천은 어디에 떨어뜨려 놓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지식과 행동력이었는데, 이렇게..

7년의 클라이밍

나는 클라이머(Climber)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인도어 클라이밍 중에서 주로 불더링(Bouldering)을 한다. 지난 7년 동안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클라이밍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 크다. 2016년 봄까지 나는 클라이밍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한국에서 등산을 즐겼고, 산중에서 군생활을 했기 때문에 등반(climbing)은 낯설지 않았지만, 체육관에서 암벽 등반을 한다는 것은 나에게 아주 생소했다. 물론 클라이밍이라는 스포츠가 전 세계적으로 보급이 되고 있었고, 특히 한국에서는 김자인 선수나 천종원 선수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클라이머들이 있었지만, 나에게는 신세계일 뿐이었다. 그즈음의 나는 회사일과 육아 이외 것에는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었다. 운동은 고사하고 잠도 네댓..

여전히 생계가 막연하다

이 블로그는 내가 미국에 와서 직업도 없이 삶이 여러모로 막연할 때 만들었고, 시간이 흘러 마침내 경제활동을 시작하고부터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방치해 왔다. 업무와 육아 사이에 끄적인 수없이 많은 draft 들은 메모장 여기저기에 널려있지만 마무리해서 포스팅까지 보낼 여력은 없었다. 그래도 가끔 심란할 때 들어와서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질 수 있어서 블로그를 도메인과 함께 억지로 유지하고 있었는데, 어쩌면 이 곳을 다시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실업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빅테크 정리해고 사태에 나 또한 원치 않았지만 직장을 잃게 되었다. 2005년, 처음 이민 올 때만 해도 미국에서는 학교 졸업장도 없는 내가 이곳에서 회사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는데, 몇 년 동안 사업..

Y군/Life Streaming 2023.03.17

거의 완벽한 아침

매일 아침 아이들과 전쟁을 치르다시피 하며 등교준비 출근준비를 하는 맞벌이 가족들이 많습니다. 저희도 그런 집들 중 하나인데요, 아침에 아이들이 등교하는 학교가 각각 다르고 등교시간도 달라서 아침에 촌각을 다투며 집을 나섭니다. 게다가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협조를 잘 해주지 않기 때문에 (특히 막내) 기분 좋게 아침을 시작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게다가 저는 아침이 많이 힘든 저녁형 인간입니다. 지난 화요일 아침에는 어찌된 셈인지 온 가족이 각자 알람시계가 울기 전에 눈을떴습니다. 시간이 되기 전에 아이들도 어른들도 옷을 입고 식탁에 모였지요. 아이들이 스마트 스피커에 모닝 재즈를 연주하게 하는 것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식사도 자기들이 알아서 챙겨 먹습니다. 큰 아이는 식빵을 구워서 버터와 잼을 발라먹고..

Y군/Life Streaming 2018.04.22

블로그로의 복귀를 시도합니다.

오랜만입니다. 다시 블로그를 하지 않을 거란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참 오랜만에 그리고 어렵게 포스팅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시카고 다운타운(Loop)에 위치한 WeWork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오후 5시가 되었는데 벌써 다들 퇴근했는지 로비가 조용해서 글쓰기에 좋군요. 오늘은 좀 특별한 날이라서 반차를 내고 일찍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어떻게든지 쉼표를 찍고 싶었거든요. 하루를 반으로 압축하느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나오니 귀가까지 겨우 4시간 정도 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지만 행복하게 쓰고 있습니다. 친구와 전화를 하고, 생각을 하고, 방치된 블로그를 정비하고, 글을 쓰고 있는데 참 좋군요. 이전 포스팅이 2011년인데 당연한 얘기지만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메모 이상..

기타 & 미분류 2018.04.13

주전자를 태우다

지난 주에 이어서 또 주전자를 태웠다. 그로 인해 받은 정신적인 충격이 매우 크다. 솔직히 말해서 주전자를 태우는 것은 아버지나 어머니 뻘 되시는 분들이나 하는 나이 때문에 생기는 실수라고 생각해왔다.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감자나 빨래를 삶다가 태우시는 걸 봐왔고, 장인 어른께서 커피물 끓이시다가 주전자를 몇 개씩 태우시는 것을 보면서 나도 세월이 지나면 언젠가 주전자를 태우는 날이 오겠거니 했는데.. 생각보다 그 날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온 것이다. 드립커피와 차를 즐겨 마시기에 주전자에 물을 끓이는 것이 나에게는 생활의 일부이다. 물 올려 놓고 딴 일 하다가도 시간이 되면 몸 안의 어떤 센스가 경보를 주고, 나는 제깍 하던 일을 멈추고 불을 끄러 가곤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센스가 작동을 하지 ..

낼 세금이 없어서 tax season 이 괴롭다

미국은 한창 tax filing season (세금보고 시즌) 입니다. 저희 집 세금보고를 돈 한푼 안받고 도맡아 해주는 고마운 accountant 친구 스케줄에 맞춰서 이번 주 안에 세금보고를 끝내야 하는데 관련해서 아침부터 아내랑 국지전을 치렀습니다. 머리를 싸매쥐고 고민을 했습니다. 경제적 능력이 등잔불마냥 미약해진 미국생활이라 지난 4년째 봄이면 치르는 정기전이긴 합니다만 올해는 창업하고 끙끙거리느라 상황이 약간 더 안좋군요. tax 시즌만 되면 괜히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평소보다 더해지곤 합니다. 아내와 제가 같이 버니까 그럭저럭 생활비는 조달했는데 2008년에 비해서 2009년에는 세금보고를 할 수 있는 수입의 액수가 줄었거든요.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회사가 아직 안정이 되지 않아서..

Y군/Life Streaming 2010.03.16

거주상황에 유감

요즘 들어서 거주 상황에 대한 대한 불만이 많다. 사실 집은 좋다. 위치도 판타스틱하게 좋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센트럴파크에 가서 조깅하고, 오는 길에 브런치 먹고, 집에 와서 샤워한 후에 슬슬 걸어서 조조할인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지금 사는 곳이다. 도어맨도 있고, 짐도 있는 분에 넘치는 좋은 집인데 왜 이렇게 불만이 많을까. 그건 이게 우리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부터 이 곳에 이사를 올 계획은 전혀 없었다. 원래는 이사를 갈 집이 따로 있다. 그것도 작년 여름에 완공된 반짝반짝한 새 건물이다. 그런데 그게 문제다. 새로 지은 건물이라 입주자가 입주하기 전에 시에서 완공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뉴욕시에는 현재 완공검사를 받을 건물이 많이 밀려있고, 인력은 부족하고 해서 자꾸 일정이 늦춰..

Y군/Life Streaming 2010.02.09

외로운 날들의 보상

나이가 들면서 가까이 지낼 사람 혹은 친구로 지낼 만한 사람을 만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한다. 그것은 아마도 학창 시절처럼 서로에게 숨김 없는 순수한 우정을 쌓을 기회나 시간이 적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게 되면 친구와 우정을 쌓을 절대적인 시간이 줄어들게 되는데 정이나 신뢰라는 것이 시간을 두고 쌓이는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특별히 놀라운 사실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25년 이상을 한국에서 살다가 친구들이나 친지들을 모두 떠나 외국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외로움이라는 것을 기본 옵션으로 가지고 삶을 새롭게 시작해야 했다. 비록 살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안부를 묻는 소위, 'friends'가 되지만 한번 리셋된 마음 속의 전화번호부는 좀처럼 채워지지가 않는다. 우정이..

남성용 건성 피부 Facial Lotion/Cream 추천

피부가 다소 민감한 편인 저는 얼굴에 바를 로션이나 크림을 고를 때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여름에는 대충 발라도 선크림만 잘 바르면 별 문제가 없는데 겨울에는 피부가 심하게 건조해져서 얼굴 여기저기가 하얗게 일어납니다. 로션을 들고 다니면서 발라도 별 효과가 없을 때가 많지요. 이런 분들 많으실 거예요.^^; 한국에 있을 때는 일반 남성용 로션과 함께 화장품 가게에서 추천해 주는 상품을 써서 별 문제 없이 지냈는데 미국에 오고 나서는 한국에서 쓰던 화장품을 구하기도 어렵고 고가 브랜드 화장품만 구입할 여력은 안되고 해서, 이것저것 모르는 데로 바르고 다녔습니다. 그렇게 몇 년 지나고 나니 스트레스 때문인지 나이 때문인지 피부가 많이 상했습니다. 한국에서 살다가 막 미국에 온 남자들에게는 화장품 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