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호텔이다. 내가 호텔에 산다던가 호텔을 경영한다던가 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 집을 호텔처럼 지인들에게 열어두었다는 뜻이다. 사는 동네가 물가가, 특히 집세가 미국에서 가장 비싼 지역 중 하나이니만큼 우리집은 큰 집은 아니다. 침실 하나, 부엌 하나, 거실 하나가 전부이다. 그래서 지인들이 오면 잘 곳이 거실 밖에 없다. 사람을 좋아하고 함께 부대끼며 사는 것을 좋아하는 부부라 아예 처음에 이사올 때 침대 겸용 소파를 샀고 거실 입구에는 커튼도 달아 놓았기 때문에 손님이 있을 때면 거실이 사랑방이 되는 것이다.

하도 자고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재미삼아 엑셀에 기록을 해보았다. 우리집 숙박계인 셈이다. 우리가 이 집에 이사온 2006년 7월 말부터 현재까지 약 1년 8개월간, 날수로 약 600일간 누가 며칠밤을 자고 갔는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방문자수와 날수만 세어보면 그 600일간 30명이 201번의 숙박을 했다. 그 중에 여럿이 온 경우도 있어서 순수하게 우리집에서 누군가 함께 잠을 잔 날수는 154일이다. 그러다 보니 누가 놀러 온다고 하면 예약부터 받고 있다.

우리 얼굴 보려고 놀러온 사람들도 있고, 뉴욕시에 여행을 오면서 혹은 출장을 오면서 비싼 호텔비를 우리집에서 절약한 사람들도 있다. 장기투숙객들의 경우는 뉴욕에서 직장 혹은 대학원 인터뷰가 며칠씩 연달아 있어서 머물게 된 사람들인데, 최장기 투숙객은 아프리카서 장기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뉴욕에 자리를 잡겠다고 올라온 동생으로 이런저런 사정으로 무려 3주일이나 머물렀다.

이렇게 공짜 호텔을 운영하다 보니 운영상 여러가지 문제를 겪게 된다. 단 둘이 사는데 먹는 입이 하나라도 더 늘게 되니 식비가 1.5배 많게는 두세 배씩도 들 때가 있다. 가깝고 소중한 지인들이기에 더더욱 대충 먹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집에서 일/공부를 하는 나는 시간관리가 어려울 때가 많았다. 때로는 밤 늦게 혹은 이른 아침에 일/공부를 해야 할 때가 있는데 내 작업실은 손님들이 잠을 자는 거실 한 켠의 책상이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아내도 혼자 집에서 조용히 쉴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리고 아직도 신혼부부인데 둘만의 데이트나 이벤트를 가지는 것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한번 우리집에서 신세를 지고 간 사람들은 우리에게 재산이 되는 것 같다. 멀리 미래를 생각할 필요도 없이 살면서 해결이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전화해서 물어볼 곳이 많아서 좋다. 대부분이 아시아계 2세들이라 전문직종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에서 준비 중이거나 활동 중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이 집에서 머무는 동안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배움의 기회가 된다. 특히 나처럼 늦게 미국에 온 경우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의료 등을 전문가들에게 배울 수 있는 이런 기회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삶이 사람들로 인해서 풍요로워 지는 것 같다. 베풀면서 산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닌데 특별한 노력 없이 잠만 재워줘도 집에는 늘 thank you card들이 날아들고 늘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집을 찾을지는 모르지만, 올해는 방이 하나 더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는 것이 목표이다. 그래서 좀 더 좋은 여건에서 지인들을 대접하고 재울 수 있기를 바란다. 하루 밤 재워주는 것만으로도 평생을 믿고 의지할 관계가 만들어지는데, 세상에 이만한 투자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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