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8

버스 안에서 영단어를 외우는 멕시코 청년

꽤 오래 전부터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여기저기로 웹 컨설팅 일을 하러 가고 있다. 아침에 맨하탄에서 뉴저지로 reverse commuting을 할 때도 종종 있다. reverse commuting은 보통 도심지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도심으로 통근을 하는데 반해 도심지에 거주하며 일은 주변 지역에서 하기 위해 통근하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매일 뉴저지에서 수백만의 인구가 맨하탄으로 버스, 기차 자가용 등을 이용하여 통근(commuting)을 하는데 반대로 맨하탄에서 뉴저지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주로 버스를 이용하는데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warehouse 등에서 일을 하는 멕시코인 노동자들이 타고 내리는 것을 자주 보게 되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들 중 자주 보는 한 청년이 매일 열심히 수첩..

영주권 조건 변경 신청 (I-751) 그리고 주소 변경 신고 (AR-11)

엊그제 미국 이민국에 전화를 걸어서 제 그린카드가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지 확인을 했습니다. 저는 미국비자 신청부터 영주권 신청까지 변호사나 대행업체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했기 때문에 조금만 뭐가 잘못된 느낌이 들면 이민국에 전화를 걸어서 확인을 하곤 합니다. 지난 5년간 비자 및 영주권 문제로 수도 없이 전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곳은 전화할 때마다 뭐가 잘못된 것 없을까 싶어서 가슴이 조마조마 하군요. 시민권자와의 결혼 혹은 투자이민을 통해 미국 영주권을 신청하게 되면 조건부 영주권(Conditional Permanent Resident Status), 즉 그린카드를 발급받게 되지요. 그린카드에 보면 발급일과 파기일이 쓰여 있는데 2년 가량을 아무 사고 없이 잘 지내게 되면 파기일로부터 90일전부터 ..

개인적 시대유감 - What's going on?

블로깅 자주 하라는 계시를 받든 말든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시간/여유가 부족한 요즘이어서 저도 덩달아 블로깅을 못했습니다. RSS 리더기에 쌓인 글들을 보니 마음이 무겁군요. 근래에 뉴욕증시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폭락했지요.(다행히 어제 오늘 조금 살아나는 것으로 보임) 당연히 전세계 증시도 급락하고 그에 따른 경기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들 잘 아는 뉴스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구요, 다만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 것인가? 적어도 동시대를 사는 한국사람들에게 너무 frustrating한 현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주저리 주저리 불평이나 해볼까 합니다. 특히 저처럼 최근에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오신 분들에게 공감대를 요청합니다.ㅎㅎ 저는 98년 한국에서 금융위기를 ..

젊은 이민자가 젊은 이민 예정자에게 보낸 편지

포스팅할 여유가 없어서 자꾸 꽁수를 쓰게 되는군요. 벌써 1년 전 일이군요. 한국에서 제 블로그를 자주 읽으시던 어느 분께 이메일을 한통 받았습니다. 미국에 이민을 생각하고 계신 젊은 남자 분이셨는데 본인은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잘 하고 계시다가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한 끝에 이민을 결정하신 분이셨지요. 젊은 나이에 결혼을 하셨고 전폭적인 지지와 경제적인 능력까지 있는 아내가 있다는 점 말고도 인생을 질러봐야 안다는 삶의 철학(?)이라든가 사소한 생활패턴 등을 비록해서 운전병 출신이란 점까지 그 분과 저는 비슷한 점이 참 많았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저는 이미 와버렸고 그 분은 올 준비를 하신다는 것이었지요. 이분은 와이프께서 미국에서 취업을 하시게 되었는데 그것에 모든 것을 걸고 과감하게 삶의 터전을 미..

우리는 함께 밥을 먹어야 한다

엊그제는 아내와 약간의 다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겼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합니다. 아내가 외출에서 돌아오면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는데 아내가 한시간 정도 늦었습니다. 저는 배고픔을 참고 기다렸는데 먼저 먹지 않았다고 되려 아내한테 핀잔을 들었지요. 아내의 주장은 바쁜 삶 속에서 식사는 각자의 편의를 보아 개인적으로 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제 생각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가족이라면 어떻게든 함께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사람들은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문화를 가졌기에 부모 자식 간은 물론이고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존중하고 크게 간섭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개인적이라고 해도 미국사회는 기본적으로 가족단위입니다. 그들은 함께 할 때는 함께 하며 그 모..

지인들에게 편지를 보내다

저는 현재 약 2년째 미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1년은 플로리다에서 1년은 뉴저지에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아직 한국에는 한번도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생각들을 했었지만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친한 친구들과도 삶을 나누질 못했습니다. 정말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시간이 지나가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연락을 제대로 하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을 떠날 때, 잘 살아보라고 격려해주는 분들도 있었고, 나름 보장된 장래를 왜 버리고 가느냐고 만류하시던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 알량한 자존심의 문제가 가장 컸습니다. 자신의 경력을 쌓으며 착실히 살고 있는 분들이 부럽고 번듯한 직장을 가지지 못하고 전전긍긍 하는 제 스스로가 초라해 보여..

Y군/Life Streaming 2007.06.01

이민생활과 성공의 기준

메모리얼데이 연휴를 끼고 1주일 동안 플로리다에 다녀 왔습니다. 작년에 설레는 마음으로 아내를 남겨두고 홀로 게인즈빌(Gainesville)의 옛집을 떠난 지 11개월만입니다. 그 동안 경제적 여유와 시간적 여유가 너무 없어서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한국에 가는 것도 아니고 미 동부 해안선을 내려오는 겨우 2시간30분의 비행인데 여태까지 참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한국은 애당초 내년까지는 가볼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플로리다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여태까지의 삶을 돌아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성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특히 성공의 의미나 조건 등을 떠나서 미국에서 이민자로 성취할 수 있는 성공의 기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민생활을 시작하고 있는 제 경..

이민자와 의료서비스에 대한 짧은 생각

오늘은 아침 일찍 맨하탄에 있는 치과에 다녀왔습니다. 전에 정기검진 받으러 갔을 때 한국에서 치료를 받았던 치아에 문제가 발견되어 오늘 그 치료를 하기로 했지요. 지금은 집에 가는 길에 익스프레스 버스를 기다리며 스타벅스에 앉아 랩탑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제 미국 친구들 중에 치과의사 혹은 치대 재학 중인 친구가 4명이나 됩니다만 늘 저는 한국치과가 최고로 잘 한다고 자랑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오늘은 제 선입견 혹은 주장을 거둬 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치과에 가면 신경치료를 하지 않는 이상 부분마취를 하지 않고 발끝까지 지릿지릿한 고통을 참으며 치료를 받아야 하지요. 적어도 제가 다닌 치과들은 다 그랬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초콜릿을 너무 많이 먹어서 성한 이가 거의 없어서 치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