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매우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메디슨스퀘어가든에 젊은 팝스타들인 Bow Wow와 Chris Brown의 공연을 보러 간 것이지요. 평소 팝음악을 즐기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들은 요즘 한창 주가 높은 미국 흑인음악계의 아이돌스타들입니다. 저는 나이도 나이(10대가 아니라는 말씀^^;)지만 힙합이라 랩 쪽은 오랫동안 듣질 않았고 크리스 브라운 같은 경우에는 R&B를 좀 한다고는 하나 도무지 제 취향이 아니기에 공짜표가 주어진다고 해도 가지 않을 상황이었지요. 게다가 콘서트장에는 분명히 흑인들만 가득할 텐데 동양인이 노래도 하나 모르는 주제에 중간에 끼기도 좀 기분이 묘하구요.
Chris Brown의 무대
부터는 일 때문에 미국 팝음악을 가깝게 느껴야 할 터이기에 몸으로 배우자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지요.
메디슨스퀘어가든에 들어서서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살짝 놀랐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동양인이라고는 저와 아내 뿐이지 않겠습니까. 간혹 백인들이 보이기는 했습니다만 역시 거의 대부분은 흑인 여성들이더군요. 좌석표를 봤더니 무대중앙에서 15번째 줄이더군요! 우여곡절 끝에 받은 입장권이 Bow Wow 메니저에게서 나온 거라 과연 비싼 좌석이었답니다.
Shop Boyz, Sean Kingston, Soulja Boy 등등 쟁쟁한 가수들이 본공연 전에 나와서 두세곡씩 부르고 1부 공연으로 Bow Wow, 2부 공연으로 Chris Brown이 서로 다른 무대설비와 게스트싱어들을 대동해서 제법 볼거리 넘치는 시간을 만들어 내더군요. 그렇지만 스피커의 음량과 우퍼사운드가 과하게 높아서 노래를 잘 모르는 저로서는 상당한 고통을 격어야만 했답니다. 흑인들이 차에 서브우퍼를 몇개씩 달아놓고 음악을 크게 듣기를 좋아하는 건 알지만 콘서트에도 이런 굉장한 사운드를 느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요. 이틀동안 귀에서 삐-소리가 가시질 않더군요.
공연 자체에 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네요. 일단 제가 흑인 팝 공연을 비롯해서 팝 공연을 가본 일이 별로 없어서 함부로 비교하거나 분석하기가 어렵구요, 선입견이나 이분법적인 사고로 인한 위험한 오류를 범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오시는 분들이 많이 없어도 블로그에 쓰는 글이니까요. 한가지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미국에는 다양한 인종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이 모든 것을 공유하지는 않더라는 겁니다. 음악을 예로 들자면, 모두가 좋아하고 즐기는 주류음악이 있고, 비주류에게 주류이고 전체에게 비주류인 음악이 있습니다. 힙합이 백인에게 주류가 되지 않고 인디락이 흑인에게 주류가 되지 않지만 각각은 이미 주류음악인 것 처럼요.
그 악조건(?) 속에서 노래를 즐기려고 기를 쓰다가 왔더니 이제 간혹 TV 혹은 Qbox 등에서 이들의 노래들을 들으면 괜히 익숙하고 흥이 나더라는 겁니다. 게다가 다른 팝 뮤직을 들어도 이전보다 훨씬 쉽게 음악에 빠져들 수가 있게 되더군요. 저에게는 이번 경험이 음악을 더운 즐길 수 있게 된 일종의 극기훈련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팝음악과 멀어졌는데 이번 계기로 제법 젊어진 기분이 납니다. 혹시 아나요, 내년에는 인디락밴드 공연에 가서 머리 돌리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 콘서트에 다녀와 놓구선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빠드렸군요. 쓸말이 별로 없어서 자연스럽게 빠뜨리고 넘어갔군요.^^; 원래 좋아하는 장르도 아니었고, 잘 아는 가수나 아는 노래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사운드가 너무 세서 제대로 듣지도 못했기에 거의 현장의 분위기만 즐기다가 왔답니다. 댄스클럽에서 음악성을 따지지는 않으니까 저도 그냥 넘어갑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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