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10

처남이 한국말을 한다! - 이민사회 세대간 차이와 남겨진 숙제

며칠 전에 큰처남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갑자기 저를 ‘형’ 이라고 부르면서 떠듬떠듬 한국말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너무 놀라서 전화기를 떨어뜨릴 뻔 했는데 오랜만에 처남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처남하고 한국말로 이야기를 한 것이 무슨 큰 사건인가 하겠지만 처남은 한국말을 거의 못하는 재미교포 2세입니다. 장모님께서 거의 네이티브 수준으로 영어를 하시고, 한국사람들이 많이 없는 곳에서 자라서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하지요. (아내도 마찬가지입니다만 한국서 나고 자란 사람인 저를 만나면서, 그리고 한국 드라마에 빠져들면서 한국말이 일취월장한 케이스이죠.^^) 그런 처남은 어설프게 한국말을 하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합니다. 게다가 굉장히 미국적이라서 형..

얼음장 같이 차가운 물

올 겨울에는 집 안에서 춥다고 느낀 적이 별로 없었는데 어제는 추워서 아침부터 고생을 좀 했습니다. 건물의 보일러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더군요. 일 때문에 첼시 쪽에 나가야 해서 머리를 감아야 하는데, 보일러가 고장 났으니 따뜻한 물이 나올리 만무하지요. 나갈 시간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서 떡진 머리를 하고 책상에 앉아서 일을 좀 하다가 오전이 다지날 무렵에야 욕실로 들어갔습니다. 제가 찬물로 씻는 걸 좀 많이 싫어합니다. 군생활을 강원도 인제에서 했는데 막사 시설이 낙후되어서 뜨거운 물을 하루에 한번만 쓸 수 있었거든요. 짬밥 안될 때는 그것도 쓰질 못해서 일주일씩 씻지 않고 살다가 분대장의 명령에 동기들과 영하 25도의 겨울날 찬물로 샤워를 한 적도 있습니다. 추운 곳에서 군생활 해보신 분들은 다 이해하..

버드와이저 한 팩을 사오면서

블로깅 정말 하고 싶었는데 최근 들어 또 이래저래 일이 많아져서 블로그를 방치해 두고 있었습니다. 티스토리 운영자님께서는 제 글을 다음의 메인 페이지에 몇 번이나 올려주셨는데 정말 염치가 없군요. ㅎㅎ 경기가 최악이라 다들 먹고 산다고 정신이 없을 때이니 제 블로그를 구독하시는 분들에게는 그렇게 이해를 구하겠습니다.^^; 며칠 전 집에 오는 길에 맥주를 한 팩 사가지고 들어왔습니다. 혼자서는 술 잘 안 마시는데.. 그런 날 있잖아요? 씻고 난 후 소파에 몸을 묻으며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고 싶은 날 말이죠. 그 날이 그런 날이었습니다. 맥주 6병 들이 한 팩을 사려고 리커스토어(liquor store)에 들렀는데 오랜만에 술을 사러 와서 그런지 마시고 싶은 술이 참 많더군요. (참고로 저는 술을 좋아하기..

기다리는 것들이 너무 많다 - Go get it. Period.

짧은 인생을 살면서 기다리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경제가 좋아지기를 기다리고, 취직이 되기를 기다리고, 결혼할 사람이 생기기를 기다리고, 집값이 내리기를 기다리고, 휴가철이 되기를 기다린다. 내 경우에는 회사가 대박(!)이 나기를 기다리고, 그린카드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한국행 비행편 가격이 내리기를 기다리고, 안정적인 수입이 생기기를 기다리고, 뭔가 exciting한 일이 생기기를 기다리고, 몸과 마음이 좀 더 강해지기를 기다린다. 그렇게 기다리며 살아가는 나날들 중에 기다리기만 해서는 기다리는 것들의 근처에도 가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문득 새롭게 깨닫는다.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과 어쩌면 바라는 곳 근처에도 가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 과장이 아님을 상기되며 두려움이..

그들은 뭘로 먹고 사는가?

요즘 길을 걷다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사람들 구경에 넋을 잃곤 한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각기 서로 다른 삶의 형태를 가지고 이 작은 섬, 맨하튼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모습이 경이롭기 때문이다. 인종 뿐 아니라 직업, 신분, 국적 등의 용광로 같은 뉴욕시에서는 정말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것도 그냥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철을 타면서 길을 걸으면서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계속 그들과 같은 숨쉬고 부대끼면서 살게 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사람들에 대한 의문과 궁금함이 끝도 없이 솟아난다. 처음 뉴욕에 왔을 때 의기소침했던 이유는 엄청나게 높은 집세와 물가, 그리고 생각보다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가 않다는 사실 등이었다. 그러면서도 좌절할 수가 없었던 이유는 거리에 보이는 수..

바이러스에 감염되다

어제까지 며칠간 신나게, 원없이, 죽지 않을 만큼 아팠다. 수요일은 하루 종일 두통이 가시질 않더니, 목요일, 금요일은 고열 및 오한을 동반한 몸살이 있었고, 토요일은 온종일 토사곽란에 매순간 기절 하는 줄 알았다. 일요일은 3일을 못 먹어서 그랬는지 하루 종일 졸음과 현기증에 시달렸다. 얼마 만에 이렇게 아파 봤는지 모르겠다. 감기몸살에 걸리면 몸관리 제대로 안했다고 밉지 않은 잔소리를 하던 아내가 이번에는 아무 말도 안하고 병간호만 해줬다. ^^; 자꾸 아프니까 토요일에는 나도 아내도 덜컥 겁이 나서 급히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선생님이 음식을 통해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다고 했다. 내가 원래 허약한 체질은 아닌 것 같은데 면역력이 많이 약화되었을 것이라며 최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잠을 많이..

Y군/Life Streaming 2008.07.22

집중해서 일하자 - 시간관리에 관한 생각 03

똑같이 24시간을 가지고 사는 사람인데 엄청난 양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일주일 40시간 가량의 본업 이외에도 강의, 출판, 블로그, 기고, 부업, 가정생활, 취미생활 등을 모두 성공적으로 해나갑니다. 물론 특정 분야에서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하고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하루 6시간 이상 자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영위하면서도 업무 내외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부럽지요. 저 또한 그들의 시간관리 기술, 아니 기술이라기보다는, 습관을 벤치마킹하고 싶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도 역부족입니다. 먼저 올린 포스팅에서 일의 속도감에 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런 저런 방법을 통해서 시간을 약간은 아끼게 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시..

가사와 육아를 돌보는 남편 - 가사분담에 관한 짧은 생각

요즘 집에서 일을 많이 하고 있다. 여러가지 파트타임 일 중에서 지금은 거의 두 가지로 줄여서 집중하고 있는데 주로 많은 시간을 재택근무가 가능한 웹 쪽 일에 분배하고 일주일에 한두번만 사무실에 회계 일을 하러 나간다.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일을 할 수 있기는 하지만 날이 춥고 일단 나가면 돈을 써야 하기 때문에 사무실에 나가지 않는 날은 주로 집에서 일을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가사를 분담하는 비중이 자연스레 높아진다. 밖에서는 도시락을 먹거나 간단히 사먹고 말 점심을 요리부터 설거지까지 좀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고 작년 초반 반년 이상을 집안일과 공부를 병행했더니 버릇이 되었는지 집안일도 자연스럽게 많이 하게 된다. 형제자매가 없어서 어렸을 적부터 집안일을 많이 도왔고 오랜 자취생활도 했고..

금전에 관한 생각

종종 미국생활에 유용한 금융지식을 블로그에 포스팅해 주시는 yjae님의 글을 읽고 금전에 관한 저의 생각을 몇 가지 끄적여 봅니다. 전 경영학을 전공해서 그런건지..(진짜 경영학적인 사고라도 했으면 좋겠다!) 신용카드와 친구들에게 꾼 돈으로 버티며 IMF 시절을 살아서 그런건지..(안습..) 부채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편입니다. 물론 그 부채의 양에 대한 스스로의 채무능력이 의심되지 않는 범위에 한해서입니다. 저희 어머니나 아내는 펄쩍 뛸 말이지요. 부채도 잘만 활용하면 그 부채의 현재가치보다 높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스스로의 신용한도를 넘어가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제 개인적인 신용한도는 부채의 양에 의해서 제 생각이나 행동이 소심 혹은 찌질해지지 않을 때까지입니다. 모기지나 카드 빚 때문..

20대 후반 가을, 내 인생의 turning point

한동안 포스팅이 뜸했습니다. 많이 바빴거든요. 시간이 터무니 없이 부족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또 그만큼 따라잡아야 했기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었을 뿐이지요. 얼마 되지 않는 RSS 독자들도 5분 정도 잃어버렸네요. 포스팅은 짧은 말로 채우겠습니다. 삶에 아주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백수생활을 접고 완전히 새로운 경력을 시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삶의 자세가 크게 변하고 있다. 웹 기획이라는 새로운 동시에 매우 익숙한 분야로 들어가기 위해 회계라는 파트타임 일을 시작했고 남는 시간에는 웹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작했다. 삶의 자세가 변했다함은 한동안 익숙하지 않은 현실에 움츠려 들었던 도전과 모험에 대한 용기를 되찾았다는 것이고 세상은 나를 향해 열려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온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