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이민생활 25

무예 수련하는 홈리스

엊그제 일을 끝내고 서점에 잠시 들렀습니다. 집에 가는 길목이라 자주 가는 서점이 Madison Square Garden에 있는 미국의 서점 체인, Borders지요. 그날 저녁 마침 뉴욕 닉스의 경기가 있었는지 길에 티켓을 파는 암표상들을 비롯해서 사람들이 아주 많고 붐비더군요. 인파를 뚫고 겨우 서점 안에 들어가 잠시 벽에 몸을 기대고 집어온 책을 뒤적이고 있는데 어디선가 조금씩 좋지 않은 냄새가 풍기더군요. 주변을 둘러보니 옆 칸에 왠 흑인 아저씨가 책을 몇권 쌓아두고 읽는데 한눈에 노숙자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노숙자들이 서점에서 쉬는 것은 자주 보는 일이라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나직하게 이번에는 나직하게 기합을 넣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책장 틈새로 슬그머니 훔쳐보았더니 그 아저씨가 ..

젊은 이민자가 젊은 이민 예정자에게 보낸 편지

포스팅할 여유가 없어서 자꾸 꽁수를 쓰게 되는군요. 벌써 1년 전 일이군요. 한국에서 제 블로그를 자주 읽으시던 어느 분께 이메일을 한통 받았습니다. 미국에 이민을 생각하고 계신 젊은 남자 분이셨는데 본인은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잘 하고 계시다가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한 끝에 이민을 결정하신 분이셨지요. 젊은 나이에 결혼을 하셨고 전폭적인 지지와 경제적인 능력까지 있는 아내가 있다는 점 말고도 인생을 질러봐야 안다는 삶의 철학(?)이라든가 사소한 생활패턴 등을 비록해서 운전병 출신이란 점까지 그 분과 저는 비슷한 점이 참 많았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저는 이미 와버렸고 그 분은 올 준비를 하신다는 것이었지요. 이분은 와이프께서 미국에서 취업을 하시게 되었는데 그것에 모든 것을 걸고 과감하게 삶의 터전을 미..

편견과 이분법에 치우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 북미를 이해하는 잘못된 관점

저를 비롯해서 종종 외국에 계신 분들의 글들을 읽다가 보면 종종 그 분이 있는 지역의 문화나 특성에 대해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 것을 보게 됩니다. '이 나라는, 이 나라 사람들은, 혹은 이 나라의 문화는 이러이러하다.' 라고 단정을 내리는 경우이지요. 물론 다른 시각으로 보는 분이 반박을 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글을 쓴 분이 많은 방문자와 구독자와 함께 블로고스피어 혹은 웹 상에서 영향력을 가진 분이라면 읽는 이로 하여금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뿌리 깊은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다른데 볼 것 없이 제 자신이 그런 오류가 있는 글을 쓸 때가 많기에 스스로에게 경종을 울리고 방문하..

그린카드가 도착하다

신청한지 약 2년만에 그린카드(Permanent Resident Card)가 도착했습니다. 우편함에서 꺼낸 편지에서 내용물을 확인하자마자 먼저 감사의 기도를 드리게 되더군요. 1년도 전에 받았어야 할 그린카드를 우여곡절 끝에 이제서야 받아보게 되니 그간의 불평 불만이 다 날아가고 그저 기쁠 따름입니다. 일단 그린카드, 즉 미영주권을 취득했다는 하나 아직 끝난게 아니랍니다. 영어로 Permanent Residency 인데 그 앞에 조건부, 즉 Conditional 이라는 단어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1년간 아무 사고 없이 미국에서 잘 지내고 나면 발급일로부터 1년 후가 되기 90일 전에 2년이 되기 전 90일간 조건부(Conditional)이라는 글자를 때어내야 합니다. 물론 그 때는 여태까지처럼 ..

동성애자들(Gay People) 그리고 칵테일, 'David's Special'

최근 들어 제 심기를 상당히 불편하게 하는 일이 있는데요, 이는 다름 아닌 동성연애자들의 끊임없는 관심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남성을 사랑하는 남성들(gay guys)이 저에게 노골적인 호감을 보이는 경우를 종종 당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straight 란 말입니다. 게다가 사랑하는 아내와 결혼까지 했다구요. 저는 원래 약간 보수적이지만 일정 boundary 안에서는 매우 개방적이고 liberal 한 편입니다. 그래서 동성애자들도 저에게는 큰 문제는 아닙니다. 제가 믿는 종교의 교리에 따르면 죄를 짓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죄를 미워할지라도 사람을 미워하지는 않으니까요. (할 말은 많지만 다음 기회로 미뤄둡니다.) 그렇지만 같은 남자가 남자인 저에게 이성으로의(?) 관심을 표현하는 행..

노숙자(Homeless)들의 천국인 미국

미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신기했던 모습 중 하나는 노숙자들이 스타벅스 커피를 '사' 마시는 모습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공짜 커피를 구걸한 것이 아니고 돈을 주고 사서 마신다는 겁니다. 당시 저는 넉넉지 못한 형편이었기에 스타벅스 커피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데이트 할 때나 마시곤 했는데 이들은 도대체 어디서 이런 금전적 여유가 나오는지 알 수가 없었지요. 이 나라에서는 노숙자들이 천대받을 이유가 없으며 나름대로의 금전적 수익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그 의문은 자연스레 풀렸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노숙자도 걸인도 보통사람과 다름이 없다고 봅니다. '나하고 너는 다르다' 라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나하고 너는 같아야 한다' 라는 생각의 한국에서 자란 제가 보기엔 상당히 이상하게 보..

어려운 미이민국 서비스

USCIS (이민서비스국, US Citizenship and Immigration Services) 행정 선진국이라는 미국의 대민 행정 서비스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편입니다. 특히 USCIS 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영주권 신청자들은 어렵고 답답한 경우를 자주 당하게 됩니다. 저도 며칠 전 이민국에 다녀 왔는데 원망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쉬며 영주권 신청과 관련하여 포스팅을 해봅니다. USCIS(US Citizenship and Immigration Services)는 종이서류를 기본으로 전산망과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종이를 다루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 다음 과정부터는 이민자 개인이나 직원 개인이 수정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처음 영주권을 신청할 때..

이민생활과 성공의 기준

메모리얼데이 연휴를 끼고 1주일 동안 플로리다에 다녀 왔습니다. 작년에 설레는 마음으로 아내를 남겨두고 홀로 게인즈빌(Gainesville)의 옛집을 떠난 지 11개월만입니다. 그 동안 경제적 여유와 시간적 여유가 너무 없어서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한국에 가는 것도 아니고 미 동부 해안선을 내려오는 겨우 2시간30분의 비행인데 여태까지 참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한국은 애당초 내년까지는 가볼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플로리다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여태까지의 삶을 돌아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성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특히 성공의 의미나 조건 등을 떠나서 미국에서 이민자로 성취할 수 있는 성공의 기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민생활을 시작하고 있는 제 경..

이민자와 의료서비스에 대한 짧은 생각

오늘은 아침 일찍 맨하탄에 있는 치과에 다녀왔습니다. 전에 정기검진 받으러 갔을 때 한국에서 치료를 받았던 치아에 문제가 발견되어 오늘 그 치료를 하기로 했지요. 지금은 집에 가는 길에 익스프레스 버스를 기다리며 스타벅스에 앉아 랩탑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제 미국 친구들 중에 치과의사 혹은 치대 재학 중인 친구가 4명이나 됩니다만 늘 저는 한국치과가 최고로 잘 한다고 자랑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오늘은 제 선입견 혹은 주장을 거둬 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치과에 가면 신경치료를 하지 않는 이상 부분마취를 하지 않고 발끝까지 지릿지릿한 고통을 참으며 치료를 받아야 하지요. 적어도 제가 다닌 치과들은 다 그랬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초콜릿을 너무 많이 먹어서 성한 이가 거의 없어서 치과..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과 나의 생각

어제 일어난 버지니아텍의 총기난사살인사건으로 인해 한국에서 말이 많은 것 같다. 미디어에서는 하나라도 더 팔아보겠다고 극히 희소한 온갖 가능성을 다 들먹이고 있고 사람들도 덩달아 불안해 하며 대상이 모호한 걱정과 비난을 하고 있다. 그런데 현지에서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나는 이런 일련의 현상에 어떤 왜곡을 느끼고 있다. 아무리 이번 사건이 미국 최악의 학원사고라고 하더라도 그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인과 한국에게 불이익이 주어지거나 차별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손에 총이 있고 정신이 나간 놈이 있다면 누구나 이런 살인범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은 다민족 국가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범죄를 일으키고 그 국적은 그 범죄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하다. CNN에서 범인이 한국인이라고 떠들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