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이민생활

편견과 이분법에 치우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 북미를 이해하는 잘못된 관점

Y군! 2007. 9. 13. 07:48

저를 비롯해서 종종 외국에 계신 분들의 글들을 읽다가 보면 종종 그 분이 있는 지역의 문화나 특성에 대해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 것을 보게 됩니다. '이 나라는, 이 나라 사람들은, 혹은 이 나라의 문화는 이러이러하다.' 라고 단정을 내리는 경우이지요. 물론 다른 시각으로 보는 분이 반박을 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글을 쓴 분이 많은 방문자와 구독자와 함께 블로고스피어 혹은 웹 상에서 영향력을 가진 분이라면 읽는 이로 하여금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뿌리 깊은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다른데 볼 것 없이 제 자신이 그런 오류가 있는 글을 쓸 때가 많기에 스스로에게 경종을 울리고 방문하시는 분들의 오해를 방지하고자 이 글을 써 봅니다.

세계 각지에서 정말 다양한 분들이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그 색다른 삶을 웹을 통해 나누고 있지요. 저 또한 미국에서 이민을 시작하는 사람으로서 블로깅을 하는 한편, 한국이 아닌 곳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기에 유학생들이나, 배낭여행객들, 혹은 이민자들의 블로그를 구독하거나 자주 들르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대부분 매우 객관적인 시각으로 주변을 관찰하고 객관적인 결론을 올려놓습니다만 때때로 편견이나 선입관과 더불어 매우 편향되거나 주관적인 결론을 낼 때도 많습니다.

다양성?
제가 북미에 있기에 북미의 경우만 생각해 보겠습니다. 북미에는 특히나 한국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과연 얼마나 되는 유학생이나 이민자들이 북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비록 중간중간에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더라도 이들은 학업이나 생업을 위해서 특정 지역에 계속 머물러야 하고 그 지역이나 상황에 한정된 경험을 하기에 '북미를 잘 안다.' 라고 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1년 이상 외국에서 머무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그 지역을 겪어보기 때문에 나름대로 많은 정보수집을 하고 생각을 정리해서 어떤 결론을 내릴 때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얼마나 제한적인 활동범위 내에서 일어났는지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더군다나 이분법적인 사고에 익숙해진 한국사람이라면 나와 다르면 무조건 틀린 것으로 몰아서 분류해 버리고 더는 생각해 보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학부 시절에 유럽/동아시아/북미의 문화/역사/지리/언어에 대해서 얕게나마 공부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하면서 매번 놀랐던 점은 미국사람, 독일사람, 중국사람, 일본사람 등으로 몰아서 분류하기에는 한 나라의 문화나 언어 등이 지역적으로 정말 큰 편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멀리 볼 것 없이 우리나라만 해도 강원도와 제주도는 서로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언어와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럽의 작은 국가, 스위스의 경우 대한민국 2/5 정도 되는 영토에 4개의 언어가 지역별로 쓰이고 있고 그에 따른 사람들의 문화도 판이하게 다릅니다. 북미의 미국이나 캐나다는 어마어마한 영토와 그에 따른 지역적 차이가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말이지 영토와 언어라고 밖에 말을 못하겠네요. 그나마 언어조차 최근 들어 남미계통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스페인어와 영어가 거의 공용어가 되다시피 하고 있지요. 여기에다가 다양한 인구통계학적인 차이를 더하면 공통분모를 찾기가 더더욱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유학생들이 특정 동네에 잠깐 살면서 혹은 살다가 와서 미국을 다보고 온 것처럼 이야기한다면 굉장히 우스운 일이 되는 겁니다. 그것도 한인들끼리 유학생들끼리 어울리느라 미국의 토박이들을 제대로 만나보지 못했거나 미국의 전반적인 편차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러면 이건 정말 코미디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사람의 특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뉴욕에서 공부를 하거나 살던 사람이 미국사람을 정의한다면 이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뉴욕은 전미에서 가장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이 높은 곳이고 미국적인 것이 매우 드문 곳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예로 미국의 한인타운이나 대학가에서 살다 온 사람이 '부시 대통령을 욕할 수는 있어도 미국 사람들을 싸잡아 비판할 수는 없다.' 라고 말한다면 그것 또한 맞는 말이 아닙니다. 부시가 늘상 입에 달고 있는 소위 그의 "American people"은 보통 미국에서 한인으로 살면서는 대화할 기회조차 없을 비(非)도심지역의 토박이 미국인(대부분 백인)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들 중 많은 수가 실제로 매우 자부심 강한 공화당 지지자이며 전쟁을 옹호하기도 합니다. 또한 흑인들을 보고 무식하고 게으른 족속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은 아틀란타(Atlanta)에 한번 가보면 생각이 바뀔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보이는 흑인들의 학력수준은 매우 높아서 대졸자가 고졸자보다 훨씬 많으며 경제수준도 매우 높습니다. 한가지만 더 예를 들자면 남미 사람들이 놀기를 좋아하고 교육수준이 매우 낮아서 상종 못할 족속이고 부자들은 다 마약밀매나 범죄로 돈을 벌었다고 치부하는 분들도 놀랍게도 많이 보았는데, 이 넓은 북미 땅에 열심히 일해서 성공한 남미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나면 그런 말을 못할 겁니다.

한국인 2세나 3세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한국에서 온 한국사람들(Korean Korean)은 일반화(generalizing)를 매우 심하게 한다고 합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그런 다양성에 대한 존중보다는 나와 다르면, 내가 익숙한 것과 다르면 대충 뭉뚱그려서 분류해버리는 경우를 많이 본다고 하는데 저 스스로도 한국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분법적인 편견을 바탕으로 한 일반화는 본인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에게까지 매우 위험할 수 있는 정보와 사실의 왜곡을 불러일으킵니다. 물론 사회 전반에 걸친 문화코드나 시스템은 우리가 짧은 시간 머물면서도 파악을 할 수 있지만 이런 지역적이고 인종적, 민족적인 편차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천만다행으로 주변에 이런 점을 늘 지적해 주는 2, 3세 교포친구들이나 현지인들이 좀 있어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조심을 한다고는 합니다만 일반화의 선을 넘기는 쉽고 마음을 열기는 참 어렵습니다.

얼마 전 세차장에서 최고급 벤츠 승용차를 닦고 있는 허름한 옷차림의 인도인을 보았습니다. 미국 IT쪽을 인도인력이 꽉 잡고 있기 때문에 그를 성공한 프로그래머라고 지레짐작 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걸레를 들고 바퀴까지 닦고 있길래 세차장 직원이라고 다시 짐작했지요. 그런데 그런 그 인도사람은 세차가 끝나자 직접 차를 몰고 유유히 사라지더군요. 그 뒷모습을 보고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제 스스로가 얼마나 막힌 사람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부끄럽더군요. 제 블로그에 와서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제가 글만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다양성에 대한 관용도가 떨어지고 편견과 일반화가 가득 찬 사람이라는 사실을 꼭 아시고 제 글을 읽어주시기를 간청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