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신기했던 모습 중 하나는 노숙자들이 스타벅스 커피를 '사' 마시는 모습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공짜 커피를 구걸한 것이 아니고 돈을 주고 사서 마신다는 겁니다. 당시 저는 넉넉지 못한 형편이었기에 스타벅스 커피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데이트 할 때나 마시곤 했는데 이들은 도대체 어디서 이런 금전적 여유가 나오는지 알 수가 없었지요.
이 나라에서는 노숙자들이 천대받을 이유가 없으며 나름대로의 금전적 수익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그 의문은 자연스레 풀렸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노숙자도 걸인도 보통사람과 다름이 없다고 봅니다. '나하고 너는 다르다' 라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나하고 너는 같아야 한다' 라는 생각의 한국에서 자란 제가 보기엔 상당히 이상하게 보입니다. 다양성에 대한 포용력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지요. 꼬마하고 노인하고 친구 먹는 나라인데 부자와 거지라고 친구 먹지 말란 법이 있겠습니까. 미국사람들이 노숙자들에게 얼마나 너그러운지는 길에서 구걸하는 이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주는지 보면 금새 알게 됩니다. 저에게 충격적이었던 것은 미국에서도 가장 바쁘고 각박한 도시인 뉴욕시에서조차 뉴요커들은 기꺼이 바쁜 걸음을 멈추고 지갑을 꺼낸다는 겁니다. 눈빛을 마주치며 여유 있는 웃음으로 너무나 당당하게 구걸을 하는 사람들과 맞선 미소로 얼마간의 적선을 하는 사람들을 어디서든 볼 수가 있습니다.
얼마 전 지하철 열차 안에서 구걸을 하는 노숙자를 보았습니다. 그는 열차 칸을 옮겨 다니며 구걸을 하고 있었는데 작은 수박만한 깡통이 달러 지폐로 가득 차는 건 정말 순식간이더군요. 가득 채운 깡통을 비우고 유유히 옆 칸으로 옮겨가는 그 걸인을 보며 전공 덕인지 제 머리는 빠른 속도로 예상 이익을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대충 보아도 깡통 안에는 줄 잡아 20장 가량의 지폐가 있었는데 한량에서 그 정도면 열차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니게 되면 적어도 150불은 모을 수가 있을 겁니다. 하루에 한번씩만 해도 한달이면 세금 한푼 내지 않아도 되는 4000불 이상의 소득이 생기는 거지요. 하루에 두세번만 하면 두바이 거지도 부럽지 않겠더군요. 적어도 노숙은 개인이 선택하는 삶의 형태가 될 수 있겠더군요.
노숙자들이 돈을 많이 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닌데 이야기가 약간 빗나갔군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미국 사람들이 노숙자들에게 매우 너그럽고 인도적이라는 겁니다. 자신보다 어려워 보이는 이들에게 그들이 보이는 온정은 이해를 하지 못할 만큼 따뜻하고 여유롭습니다.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는 세계의 깡패 짓을 하고 있는 미국이지만 기부의 천국이기도 하고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선 활동을 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이런 면모는 다양성과 인도주의가 깊이 뿌리 내린 이들의 문화와 정서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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