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이민생활

동성애자들(Gay People) 그리고 칵테일, 'David's Special'

Y군! 2007. 8. 23. 08:40

최근 들어 제 심기를 상당히 불편하게 하는 일이 있는데요, 이는 다름 아닌 동성연애자들의 끊임없는 관심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남성을 사랑하는 남성들(gay guys)이 저에게 노골적인 호감을 보이는 경우를 종종 당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straight 란 말입니다. 게다가 사랑하는 아내와 결혼까지 했다구요. 저는 원래 약간 보수적이지만 일정 boundary 안에서는 매우 개방적이고 liberal 한 편입니다. 그래서 동성애자들도 저에게는 큰 문제는 아닙니다. 제가 믿는 종교의 교리에 따르면 죄를 짓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죄를 미워할지라도 사람을 미워하지는 않으니까요. (할 말은 많지만 다음 기회로 미뤄둡니다.) 그렇지만 같은 남자가 남자인 저에게 이성으로의(?) 관심을 표현하는 행위는 상당히 놀랍고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자라서 군대는 물론 대학 졸업까지 하고 미국에 건너왔습니다. 동성애라는 것이 인정되지 않는, 아니 존재자체가 금기된 한국 문화권에서 나고 자란 거지요. 군대 가서 비누 떨어뜨리지 말라는 우스개 소리를 많이 듣기도 했지만 제가 근무한 곳에서는 소위, '변태 고참'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동성애라는 것을 학교에서 교양과목들에 잠깐씩 등장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접할 기회가 없었지요.

미국에 와서 동성애자들을 자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내의 소꿉 친구 중 하나가 얼마 전 coming out을 했거든요. 나와는 다른 사랑에 대한 가치관들이 무척 흥미롭더군요. 게다가 동성애자들이 한국에서 생긴 고정관념처럼 더럽거나 이상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지요. 그리고 제 자아는 그 '다름' 에 대한 관용에 선이 분명하더군요.

지난 5월, 그 친구의 졸업파티에 갔을 때입니다. 6년 간의 긴 공부를 마치고 졸업하게 되는 예비의사들의 졸업파티라 그런지 50명도 되는 사람들이 모인 꽤 큰 파티였습니다. 그리고 졸업생들 중에 동성애자들도 있어서 남여 동성애자들도 반 이상이나 되었지요. 잘 놀고 있는데 바텐더에게 술을 주문할 때마다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지요. 그 파티에는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오픈바가 있어서 얼씨구나 하고 들락거리고 있었는데 바텐더가 gay였지요. 이 친구가 자꾸만 말을 걸더니 부탁하지도 않은 칵테일을 한잔 만들어 주더군요. 칵테일 이름이 David's Special 이었지요. 맛이 좋길래 어떻게 만드는지 가르쳐 달라고 해더니 한잔 더 만들면서 차근차근 설명해 주더군요. 문제는 제가 아니라 아내가 발견했지요. 아내가 말하길, "오빠, 저 사람이 자꾸 오빠 쳐다봐. gay 같은데 눈빛이 좀 이상하다." ㅡㅡ; 기분이 이상해져서 바에 한동안 가질 않다가 마침내 맥주 한병 가지러 갔더니 그 바텐더, David이 묻더군요, 결혼했냐구요. 결혼했다고 하며 손가락의 반지를 보여주자 그 얼굴에 살짝 실망이 묻어나는데 이거 당황스럽더군요. 그 날 파티 끝나고 집에 갈 때까지 그 시선을 느끼면서 다녀야 했지요. 아내는 여자들 방어하기도 바쁜데 남자들까지 방어해야 하냐고 장난을 섞어서 투덜거렸구요.

그런데 바텐더가 만들어준 칵테일이 참 맛있었습니다. ^^; 그 바텐더가 즉석에서 이름도 지어줘서 David's Special이랍니다. 남자 바텐더가 남자를 꼬시기 위해서 특별히 만든 칵테일이라 왠지 속이 편치는 않은데 맛은 좋았지요. 허허, 웃음만 나옵니다. 화이트럼 + 파인애플주스 + 오렌지주스 + 얼음 4-5조각 그리고 뭔가를 하나 더 넣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네요.

David's Special: 마이애미의 어느 게이 바텐더가 만들어준 칵테일로, 동성애자가 최초로 선을 넘어온 사건과 함께 오래 오래 기억될 것 같군요.
그 후로 몇몇 기가 막힌 일들을 더 겪었지만 이렇게 soft한(?) 경우는 아니었기에 별로 공개할 마음이 생기질 않습니다. 극복하는데 두어달이 걸릴 정도로 정신적 충격이 상당했거든요.(traumatized!!) 시간이 좀 지나면 포스팅 해 봐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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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꽃미남 절대로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