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에게는 매우 낯설지만 어느새 일년중 가장 기다리는 날 중 하나가 되어버린 미국의 명절, Thanksgiving Day(추수감사절). 2003년에 미국에 있을 때 처음으로 현지에서 추수감사절을 경험해 보았고 2005년, 2006년, 2007년 올해까지 벌써 미국에서 4번째 추수감사절을 맞았다. 2003년에는 Atlanta의 친구집에서 2005년에는 Daytona Beach 근처의 캠핑장에서 2006년에는 중부 뉴저지의 친구집에서, 그리고 올해에는 우리집에서 Thanksgiving Dinner(추수감사절 만찬)를 가졌다. 손님으로 관찰자격이었던 처음 두번의 추수감사절과 달리 작년과 올해는 내가 주최자가 되어서 손님들을 초대하고 요리를 해서인지 낯설기만 했던 이 미국의 명절이 한국의 추석 못지 않은 의미를 가지게 된 것 같다.
2. 불과 한달 뒤가 크리스마스라 Messachusetts, New York. New Jersey, Pennsylvania, D.C. 등에서 일하거나 공부 중인 친구들이 고향에 가지 않고 중간 지점인 뉴저지에 모였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Gainesville에서 자동차로 10분 이내의 거리에 살던 친구들이 이제는 4시간 거리에 있으면 가깝다고 서로 방문하는 처지가 되다보니 이렇게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이 여간 즐겁지가 않다. 이렇게 친구들이 내 집에 모여서 즐겁게 웃고 떠들면서 명절을 보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난다. 부모님과 친가, 외가 친척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던 시간을 뒤로 하고 어느새 나 자신의 가족을 꾸리고 그것을 중심으로 새로운 테두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을 보니 마냥 신기하기만 하고 옛생각에 그리움도 한없이 솟는다. 또 다시 몇년이 지나고 나면 내 아이들과 새로운 가족의 명절과 전통을 만들게 되겠구나.
3. 보통 미국에서 이민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모국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면서 살다가 아이가 태어나 주류문화에 들어가기 시작하거나 하는 일정시점이 되면 미국의 문화와 전통을 점차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데 내 경우는 결혼과 함께 곧바로 이민 2세나 3세들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 문화의 한가운데 떨어진 셈이라 적응의 과정 없이 곧바로 수용과 변화의 단계를 격고 있다. 다소의 충격과 마찰이 있었지만 몇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스스로도 놀랄만큼 많은 가치관의 변화가 일어난 것을 본다. 한국의 추석보다 2달 가량이나 늦은 11월 말에 거리의 명절 기분에 덩달아 신바람이 나고, 송편 대신 칠면조 요리가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보니 미국물에 많이 절은 것이다.
4. 친구들과 함께 십시일반으로 만든 음식들 중의 일부. Feast(진수성찬)이라고 불릴만 하다. 올해는 햄을 만들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지만 그런 아쉬움을 가지고 있기에는 음식들이 너무 많았다. 특별히 좋아하는 추수감사절 음식은 없지만 크렌베리 소스(젬)와 함께 엄청난 칼로리의 음식을 아무 죄책감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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