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군/느낌 생각 기억

브레인 불만족 - 멀티태스킹 못하는 자의 불만과 희망

Y군! 2010. 2. 3. 14:10

요즘 나의 시간을 묘사하자면 보기 좋은 조각으로 나뉘어서 각각 다른 입에 들어가는 치즈케익 같다. 어떻게든 벌이를 해야만 해서 작년 하반기까지는 이일 저일 손대고 있는 것들이 많았는데 거의 다 정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작년에 파트너 형님들과 창업한 회사들과 그 일이 시작되기 전에 시작된 웹 컨설팅 일이 2가지에 일주일을 쪼개서 조금씩 나눠서 투입하고 있는 상황인데 서로 비슷한 분야이기 때문에 시너지도 많이 나지만 반대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때가 많다.

cheesecake

월요일은 A회사일, 화요일은 B회사일, 수요일은 C회사일, 목요일은 B회사일, 금요일은 다시 A&C회사일, 저녁 밑 밤에는 D회사일 정도로 시간을 나눠서 일을 하는데, 문제는 시도 때도 없이 넘어오는 급히 처리해야 할 업무들이다. 한참 A회사 일을 하다가 갑자기 B회사 일을 처리하려고 하면 B회사 모드로 넘어가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뭐랄까, 버퍼링에 시간이 걸린달까? 간단히 말해서 CPU 혹은 메모리가 달리는 거다. CPU, 메모리가 빵빵한 컴퓨터에서는 윈도우즈OS에서 Alt키+Tab키를 누르면 (맥에선 command+Tab ^^) 화면에 작업창이 착착 넘어가는데 나는 그게 잘 안넘어간다. 후진 컴퓨터로 일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런 렉타임이 업무효율에 치명적이다. 최악은 하루종일 밥 먹을 틈도 없이 바빴는데 to do list에서 하나도 지워진게 없는 날이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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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각 회사에서 커버해야 할 영역이 너무 넓다. 컨설팅 일은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상하좌우로 챙길 부분이 많고, 창업한 회사는 스타트업답게 창업자들이 기술부터 디자인, 운영, 마케팅 등은 물론이고 영업까지 다 하기 때문에 몸이 3개라도 모자라다. 매일 아침 그날 출근하는 회사의 일을 정리하고 최대한 머리를 워밍업 시켜두는게 나름 생긴 노하우라면 노하우다. 한번에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대기업이나 컨설팅 회사의 시니어들은 정말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생각을 매일 아침 하게된다. (돈 많이 받으면 할 수 있을거다.. ^^;)

여러가지 역할이 있던 군대 시절만 해도, 다양한 과목을 수강했던 대학 시절만 해도 멀티태스킹에 자신이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한번에 한가지 일 이상은 잘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냥 좋게 생각하고 집중력이 좋아졌다고 하자. 그렇지만 요즘처럼 급변하고 다양한 역할을 요구하는 나날들을 살 때는 좀 산만해도 쉬프팅이 빨랐으면 하는 바램도 크지만 그보다 더 절실한 것은 하루라도 빨리 컨설팅 프로젝트들을 완료하고 내 회사, my baby에 집중할 기회를 얻는 것이다.

내 brain처럼 업그레이드가 안 되는 오래된 노트북을 잘 쓰는 방법들 중 하나는 가벼운 리눅스OS를 깔고 단말기 수준으로 한두 가지 프로그램만 돌리는 거다. 지금 나는 수만 가지 일을 한번에 처리하는 수퍼컴퓨터가 되기 보다는 워드프로세서 하나만 간신히 돌아가지만 한편의 멋진 소설을 완성할 수 있는 잘 나가는 작가의 오래된 노트북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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