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군/느낌 생각 기억 40

준비하고 있다면 사람과 기회는 언제든 붙잡을 수 있는 거다

GAMT 점수가 잘 나오더라도 지원할 수 있는 학교가 많지 않다. 일단 가고 싶은 곳이 회계학 석사 쪽인데 주변에 갈만한 학교가 그리 많지 않다. MBA가 필요한 것도 아닌데 NYU나 Columbia 같은 명문사립에 가서 수억원을 뿌릴 이유도 능력도 없다. 자가용이나 대중교통 수단으로 다닐만한 학교가 2군데 정도 있는데 결국 나는 이들에 풀베팅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 두 학교 아니면 갈 데가 없다는 부담과 지난 두세달간 공부하느라 보낸 시간에 대한 보상심리가 나를 상당히 밀어 부치고 있었다. 만약에 못 가면 어떡하나, 뭐 해먹고 사나 하는 걱정이 나를 좀먹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그때 가서 생각해도 될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학위나 자격증으로 나를 구속하지 않아도 세상에 할 일은 많으니..

Florida Gators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

오늘 저녁에 코네티컷 어딘가에 있는 스포츠바로 NCAA 농구 결승전을 보러 간다. 아내의 모교이자 내가 잠시 몸 담았던 University of Florida (Florida State University가 아니다!!)가 작년 우승에 이어 올해도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기 때문이다. UF출신의 친한 친구들이 현재 보스톤과 뉴욕, 뉴저지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데 모두 스포츠 광팬들이라 함께 모여서 게임을 볼 장소를 찾다보니 어느 정도 중간 지점에 위치한 코네티컷에서 모이기로 했다. 각자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운전을 해야 하지만 오랜만에 모여서 모교의 NCAA 우승을 지켜볼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에 만장일치 합의를 보았다. 빠순이 수준으로 즐거워 하는 아내와는 달리 나는 그 즐거움이 약간 들한것 같다. 나는..

공부가 잘 될 때

그럴 때가 있다. 열심히 시험 공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연필이 혹은 볼펜이 종이에 착~ 달라붙어서 제 아무리 악필이라도 쓰는 글자마다 아름답게 보이고 또한 이상하리만치 선명하고 크게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공부가 참 잘된다. 펜을 쥔 손가락이 점점 아파오지만 그 느낌을 잊어버릴까봐 펜을 돌리지도 않는다. 정신 없이 줄을 긋고 써내려 가다 보면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들리던 음악은 저 멀리로 날아가서 잔잔히 백그라운드 뮤직으로 날아가버리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시험공부 하다가 이런 날 있으면 그 다음날 시험은 대박이다. 마치 공책 세 장 정도 밑에 책받침을 깔아놓고 아침에 새로 깎아서 살짝 끝이 뭉툭해진 연필로 또박또박 빠르게 써내려 가는 느낌. 그 느낌을 어느 펜을 쓰더라도 어떤 종이에 쓰더라도 ..

영화를 보는 기준이 달라졌다

나이 들었다는 것 언제 느끼나요? 금주의 테마가 "나이듦"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별 생각 없이 지나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오늘 오후 잠시 혼자 집에 있는 동안 한국의 친구가 보내준 영화 한편을 보고 새삼 나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영 화의 제목은 다름 아닌 "달콤한 인생" 이었다. 응, 영어 제목이 a bittersweet life 였던가 그랬다. 그러면 달콤한 인생이 아니라 "달콤씁쓸한 인생" 인데 한국말제목이 주는 sarcastic한 맛이 옅어지는게 아닌가... 응? 무슨얘기를 하고 있나... 아무튼 영화를 보고난 후의 느낌은 심한 두통과 함께 오늘 강한 거부감 혹은 후회감이었다. 누구나 영화를 볼때 자기만의 스타일로 영화를 본다. 내 경우는 제일 처음 영화를 볼때는 보통 스크린을 이끌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지난 9일 밤비행기(?)를 타고 플로리다로 내려가 10일 오전에 무빙트럭 렌트하고 짐 실어서 오후에 nj로 출발, 중간에 하루밤 자고 20시간을 운전해서 토요일 밤에 도착해서 일요일은 하루종일 이사짐 날랐다. 정리는 꿈도 못꾸고 뻗었다. 새집이 아파트 5층, 오래된 아파트 답게 엘리베이터가 없다. ㅡㅡ;;;; 근처에 사는 두친구를 불렀는데, 말그대로 다리 후들거리게 만들어서 집에 보냈다. 그날 5층까지 넷이 합쳐 200번은 오르락내리락 한것 같다. 그 리고 2주가 지났는데 짐 정리하고 새로운 곳에 살 준비를 하느라 바빠져서 세시간 통근할때보다 더 바쁘게 살았다. 아직 운전면허증도 갱신해야 하고 차량등록도 새로 해야 하고, 가구도 좀 더 사야 하지만 오늘은 비가 많이 오는 관계로 일단 휴식을 얻은것 같다...

도시에서 일하고 싶다

나는 도시를 사랑한다 남들은 답답하고 속 상할때 자연으로 향하지만 나는 테헤란로를 걸으며 빌딩과 사람들을 보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했다 높이 솟은 빌딩과 수많은 오피스들, 바쁘게 움직이는 직장인들, 잠시 앉아서 즐기는 커피 한잔의 여유 등이 도시의 생동감을 더해준다 물론 그들이야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죽기살기로 발버둥치고 있지만 그 발버둥마저 부러워 보이는 사람이 여기 있으니... 오늘 저녁 먹고 이력서 종이 사러 나왔다가 아내와 함께 스타벅스에 잠깐 앉았다 둘다 이제 이런 시골에서 떠나 도시로 가고 싶지만 여건이 되지 않으니 계속 기다릴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많이 갑갑했기에 다 그만두고 차들도 팔고 미친척하고 도시로 갈 계획을 한번 세워 보았다 마땅한 경력이 없기에 웨이터나 비서로 시작해 맞벌이를 ..

사랑도 세척이 되나요?

결혼한지 5개월, 벌써 반지가 약간은 누렇게 변색이 되어버렸다 플래티넘의 그 잔잔한 반짝임이 참 보기 좋았는데 운동할때 빼고는 늘 끼고 있었더니 사는 때가 묻었나보다 아내가 어디서 알아왔는지 플래티넘 세척법을 배워왔다 할아버지할머니 틀니 세척하는 약을 증류수에 넣고 그 물에 반지를 15분간 담궈둔 후에 꺼내어 시중에 파는 가장 부드럽고 가는 치솔로 싹싹 문질러 줬더니 긁힌 자국을 빼고는 반짝거리는 것이 새것처럼 보이는게 처음 손가락에 끼워주던 그 모습처럼 빛이 났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언제까지나 서로의 사랑이 변하지 않을 것 같지만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서로가 가질 상처도 많을 것이고 그 때문에 그 사랑도 변색되어 갈것이다 하지만 때때로 사랑도 refresh하고 repair하는 노력을 기..

집에서 놀아도 치열하게 살자

문득 내가 한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걸 발견한다 미국땅에 온지 9개월, 결혼한지 5개월이 넘었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본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던가... 내가 사는 방식은 어떤것이었던가... 나는 '남들'까지는 아니더라도 친구들과는 약간은 다르게 살아왔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다른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기보다 책을 읽으며 공상에 빠지기를, 높은 곳에 올라 뛰어내리기를 즐겼다 중고교 시절엔 공부도 놀기도 잘하고 싶어서 하루에 5시간 넘게 자본 일이 없었다 대학시절엔 학점에 연연하지 않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다가 학사경고를 받았고 토플토익공부를 하다가 의사소통에 도움이 안되기에 때려치우고 외국인 학생들과 여행을 다니며 영어를 배웠다 졸업준비 취업준비를 하다가 미국행을 결심하고 결혼을 ..

자존심을 버리고 본질을 바라보라

오랜만에 통역알바가 들어왔다 하도 오랫동안 놀았더니 일만 하면 그냥 좋다 누가 뭐좀 도와달라고 하면 몰래 끝까지 다해서 준다 ㅡㅡ; 일에 배고픈 노는 인생... 그런데 너무 오래 놀았나 보다 혼자 자존심이 이렇게 세지다니.... 통역 의뢰를 했던 회사는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차원에서 영어실력에 대해서 물어봤었는데 나는 그게 이상하게 화가 나고 못마땅했다 그래서 다소 mean하게 답장도 보내고 꿍해 있다가 나중에 아내가 통역에 대해 이런저런 충고를 해주는데 버럭 화를 내는 나를 발견하고는 왜 그런지 알게 되었다 너무 오래 놀다보니 불안감이 자라기 시작했던것 같다 스스로에게서 단 한시도 자신감을 잃어본적이 없었는데 그동안 집에 머물며 소극적으로 살아가다보니 나도 모르게 방어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방어적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