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었다는 것 언제 느끼나요?
금주의 테마가 "나이듦"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별 생각 없이 지나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오늘 오후 잠시 혼자 집에 있는 동안 한국의 친구가 보내준 영화 한편을 보고 새삼 나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영 화의 제목은 다름 아닌 "달콤한 인생" 이었다. 응, 영어 제목이 a bittersweet life 였던가 그랬다. 그러면 달콤한 인생이 아니라 "달콤씁쓸한 인생" 인데 한국말제목이 주는 sarcastic한 맛이 옅어지는게 아닌가... 응? 무슨얘기를 하고 있나...
아무튼 영화를 보고난 후의 느낌은 심한 두통과 함께 오늘 강한 거부감 혹은 후회감이었다. 누구나 영화를 볼때 자기만의 스타일로 영화를 본다. 내 경우는 제일 처음 영화를 볼때는 보통 스크린을 이끌어가는 자의 입장에서 감정이입을 심하게 하면서 보는 편이다. 이 영화의 경우에는 주인공 선우가 느끼는 그 고뇌와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탓하며 맞이하는 죽음 등에서 무척 갑갑함을 느끼며 봐야했다. 게다가 영화 내내 반복되는 피 튀기는 폭력은 상당히 거북스러웠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 이런 느낌을 자주 받는다는 것이다. 10대에는 홍콩 느와르에 열광했었고 20대 초반에는 타란티노식 폭력에 흠뻑 빠져 있었다. 게다가 극장에서 돈 주고 보기에 제일 아까운 영화가 로맨틱 코미디나 드라마 류의 영화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내가 영화를 볼때 비평가 수준으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이라 제법 영화를 많이 본 것 같다. 수없이 본 영화들을 생각해 보았을 때 영화에 대한 관점이 아니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이 재미있게 본 영화의 장르라든가 성향이 분명히 바뀌어왔다는 것을 알수가 있다.
10대 중반에는 뭐 생각이 있겠는가 아무 영화나 볼 수 있으면 다 봤던 것 같고, 10대 후반이 되면서 뭔가 생각할 거리가 있는 영화들만 골라보기 시작했고 20대 초반에는 본격적으로 어려운 영화들을 봤던 것 같다. 그런데 20대 후반이 된 지금은 영화보면서 머리쓰고 스트레스 받고 암울해 지는 것이 너무 싫다. 최근 1년 동안 봤던 영화 중에 영화 보는 동안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서 만족감을 주는 영화들은 하나 같이 가볍고 웃어넘길 수 있는 그런 영화들이었다.
근 래에 봤던 영화들 중에 즐겁게 봤던 영화들이 있다면 Supermam Returns, The Holiday, The Devil Wears Prada, The Pursuit of Happyness (이것도 좀 갑갑했던....) 정도인 것 같다. 하나 같이 별 생각없이 봐도 될 만한 영화들이다. 자막없이 보기에 편한 영화들이라 그런가? "그 악마는 프라다를 입어" 는 말도 많이 나왔는걸..
나 름대로 생각해 보건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인생에 드라마가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내 경우에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심각하고 어려운 이야기들이 먹고 살아야 하는 고민들 앞에서는 그 의미가 퇴색하는 것 같다. 영화 속의 이야기들에서 현실의 고민들을 잠시 잊어버리고 마냥 그 속에서 헤롱거리고 싶은데 영화에서 복잡하고 암울한 일들이 일어나 같이 고민하게 만든다면 나는 엿드세요라고 얘기하고 나오고 싶어지는 거다. 좀더 간단하세 말해서 내 살길도 정신 없는데 영화 속 주인공들 고민들까지 들어줄 여유가 없다는 거다.
인제 서른이 거의 다 되어서 아무래도 여러모로 생각할 것이 많고 현실의 벽을 서서히 느끼기 시작해서인지 모르겠으나 이제는 암울하고 어려운 영화가 싫다. 내가 인생을 너무 각박하게 살고 있는 건가? 나와 비슷한 문화와 경험을 가지고 있는 내 나이 또래 친구라도 있으면 서로 얘기라도 해보면서 더 생각을 해볼텐데 주변에 아무도 없다. 외국생활이 이런데서 또 아쉬움을 주는구나.
아무튼 영화보고 스트레스 받는 나를 보면서 나이 들었음을 실감한다.
(어이가 없다 ㅡ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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