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가 있다. 열심히 시험 공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연필이 혹은 볼펜이 종이에 착~ 달라붙어서 제 아무리 악필이라도 쓰는 글자마다 아름답게 보이고 또한 이상하리만치 선명하고 크게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공부가 참 잘된다. 펜을 쥔 손가락이 점점 아파오지만 그 느낌을 잊어버릴까봐 펜을 돌리지도 않는다. 정신 없이 줄을 긋고 써내려 가다 보면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들리던 음악은 저 멀리로 날아가서 잔잔히 백그라운드 뮤직으로 날아가버리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시험공부 하다가 이런 날 있으면 그 다음날 시험은 대박이다. 마치 공책 세 장 정도 밑에 책받침을 깔아놓고 아침에 새로 깎아서 살짝 끝이 뭉툭해진 연필로 또박또박 빠르게 써내려 가는 느낌. 그 느낌을 어느 펜을 쓰더라도 어떤 종이에 쓰더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