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군/느낌 생각 기억

내 인생 삼분의 일을 지배한 두 문장

Y군! 2007. 6. 5. 23:54
저에게는 인생의 적지 않은 시간,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 함께한 두 문장이 있습니다. 처음 접했던 순간부터 저의 전두엽에 깊숙이 박혀서 제 사고와 행동의 기준이 되어 왔지요. 그리고 20대 후반인 지금에 와서는 더이상 이들이 삶에 예전만한 영향력을 가지지는 않지만 혹시라도 (예전에 저에게 그랬던 것처럼) 보시는 분들에게 힘이 될 수 있을까 하여 포스팅해 봅니다.


"젊음의 가치는 질주하는데 있다."

   이 문장는 고등학교 시작 무렵에 무척 좋아했던 친구의 반 표어였는데 처음 듣던 순간 머릿속에 종이 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 후로 죽 삶의 가장 강력한 행동강령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의 설명 못할 사고와 행동에 어떤 정당함을 느끼게 해주었고, 시간이 지나서는 두려움이 있을 때마다 이를 딛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주었지요.
   질주라는 단어가 주는 어떤 무모하고 과격하며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은 어린 나이의 저에게 삶의 가치로 삶기에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친구들의 동감을 크게 얻어내지 못하는 무리한 목표 혹은 어리석은 도전도 많았고 질주를 했는지는 몰라도 돌아가기도 정말 많이 돌아갔습니다. 미국행이나 뉴욕행은 맨땅에 헤딩하는 격일 수도 있었는데 이런 과거의 행동패턴과 결과들이 어느 정도 자신감을 주었기에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이지요.


"생동하는 감성의 조정타를 따라!"

   이 글귀는 대학에 와서 맞던 첫겨울에 어느 고향 친구가 자신의 좌우명이라고 들려주었습니다. 겉으로는 너무나 얌전해 보이던 이 친구가 속에 품고 있었던 것은 삶으로 거침없이 여행을 떠날 준비였던 겁니다. IMF 시절이라고 불리는 90년대 말에 대학을 들어와서 좀 더 일찍 현실적인 고민/고통과 맞서게 되었기에 그에 타협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 특히 금전적인 문제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질주의 방향조차 상실케 했고 그렇기에 그 '생동하는 감성의 조정타'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감성보다는 이성이 이끄는 대로 살아야 할 것 같은 답답한 기운이 가득하던 시절이었지만 이 짧막한 글귀로 인해 학점, 취업, 가난(?)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대학생활을 만끽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는 약간 색다른 경험을 하며 대학생활을 할 수 있었고 그 대가로 졸업 마지막 학기까지 학점을 꽉 채워서 들어야만 했지만 정말 하고 싶은 공부만(?) 실컷 하면 즐겁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뭔가 많이 막혀 있는 듯한 요즘입니다. 아내를 이끌고 플로리다를 떠난 지 1년이 다 되었는데 (아내는 좋은 직장을 얻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어떤 성과가 없습니다. 지원한 대학원에서는 아무 소식도 없고 직장도 이제 알아봐야 할 듯 합니다. 이렇게 어려울 때 더더욱 현실에 밀리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용기 있게 나서야 할 때인데 사뭇 두렵군요. 다시 한번 오래된 이 글귀들을 꺼내어서 마음 속에 새겨봅니다. 분명 아직은 젊디 젊으니까요.

"젊음의 가치는 생동하는 감성의 조정타를 따라 질주하는데 있다!"



+ 잘 되지 않으면 인수합병이 좋은 방법 중의 하나라고 배웠는데 좀 길어서 어색하군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