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외국인들에게 특히 자주 생기는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데 다짜고짜 친절을 베풀어서 난감하게 된다.
영어에는 존댓말이 없기 때문에 말을 쉽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굉장한 오산입니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정중한 표현은 영어에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길에서 지도를 들고 두리번거리고 있는 외국인을 보게 되면 반드시 예의 바르게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Do you need help?" 라고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Excuse me."라고 한마디 하면서 상대방에게 대화를 해도 좋은지 양해를 구하는 것이 첫걸음이 되겠지요. 한걸음 더 나아가서 "May I help you?" 라는 표현이 더 매너 있게 들리겠지요. 특히 길에서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오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상대방이 외국인이라고 무조건 도움을 반길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2. 지나친 신체적 접촉이나 무례한 질문들에 매우 기분이 상하게 된다.
도움을 청하는 외국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사람들끼리 하듯이 신체적인 접촉을 빈번히 한다던가 일정한 개인 공간을 침범한다던가 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서구인들은 반경 30cm 안으로는 딸과 아버지 사이라고 해도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데 타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고 얼굴을 너무 가까이 들이대거나 하면 무척 불편하다고 하더군요. 특히 아기나 아이을 한국에서처럼 허락 없이 만지거나 하면 큰 실례입니다. 미국에서는 아이들을 함부로 만지면 경찰서에 갈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또한 대화를 시작하게 되면 가벼운 질문을 주고 받을 때가 많은데 상식적으로 무례한 질문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제가 중학교 때 영어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백인 신사에게 길을 가르쳐 준 것을 자랑 삼아 이야기하시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 사람이 너무 멋있어서 길을 가르쳐 주고 난 후에 어디서 왔냐 어디 가보았냐 등을 물어보고 나이는 물론이고 여자친구가 있는지까지 물어보았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아내가 얼마 전에 암으로 죽었다는 대답을 듣고 미안했었다는데 지금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리는군요. 젊은 여선생님이 당시만 해도 드물었던 외국인에게 영어로 친절을 베풀었지만 그만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어 버린 거지요. 너무 개인적인 사항을 물어보는 것은 적어도 서구사회에서는 금기입니다.
3. 바쁜 일정으로 속히 가야 하는데 대화가 끝나지 않아 난감하게 된다.
일단 외국인에게 길을 가르쳐 주고 난 후에 간단히 몇마디 주고 받으면서 더 도움이 줄 일이 있는지 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좋습니다만 상대방이 시간상 곤란해 하는 눈치를 보이면 대화를 끝내는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영어공부는 많이 하지만 워낙에 영어를 쓸 일이 없어서 길에서 외국인이라도 만나면 그간 배운 영어실력을 발휘할 기회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만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쿨하지 못한 사람이 되겠지요. 미남미녀 외국인들에게는 이런 상황이 자주 생기더군요.
4. 정확하지 않은 표현으로 오히려 가르쳐 주지 않은 것만 못하게 된다.
길을 가르쳐 주는 영어표현은 다른 영어표현에 비해서 무척 간단합니다만 갑작스럽게 길에서 외국인이라도 만나게 되면 퍼뜩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물론 잘못된 표현은 길을 찾는 외국인들이 목적지로부터 멀어지게 할 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호감도 사라지게 할 겁니다. 대부분이 간단하고 단순한 표현이기 때문에 몇가지 핵심표현 정도는 평소 자신이 다니는 길의 지명, 지형 등을 응용해가며 몇 번 연습해두면 구태여 외우지 않아도 쉽게 사용할 수 있지요.
PS: 이 포스팅은 원래 다른 용도로 쓰게 된 글을 약간 수정해서 재활용(?)한 것입니다. :)
2007/08/28 - [review+tips] - 어학연수 절대로 가지마라: 외국인 친구들과 만나며 영어로 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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