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뉴요커

우리 회사 리셉셔니스트

Y군! 2008. 1. 18. 07:46

리셉셔니스트(receptionist)는 직업을 한국에서는 정확히 뭐라고 부르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미국에서는 이 직업은 주로 회사나 사무실의 입구 혹은 대기실에 위치한 사무실 혹은 책상에서 관리지원도 하고 방문자나 고객들을 응접하는 일을 주로 합니다. 전문적인 기술을 요구하는 일이 아니라 그렇게 높은 급여를 받지는 못하지만 미국에서는 파트타임 잡으로 혹은 제대로 사회초년생의 직장으로 처음에 한번씩 거쳐가는 직업/직종 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일하는 건축회사의 리셉셔니스트는 코네티컷 시골에서 자랐고 키가 작은 20대 중반의 백인 푸에르토리코계(系) 청년입니다. 그런데 이 친구의 진짜 직업은 리셉셔니스트가 아니라 배우(actor)입니다. 대학시절 연극을 너무 하고 싶어서 졸업 후 연기학교에 들어간 후 배우가 되었는데, 연극계의 큰물인 뉴욕 연극판을 돌다가 지금은 뉴욕/뉴저지 지역 교육기관에 순회공연을 하는 극단의 주연배우 중 한명이 되었답니다. 그의 꿈은 드라마/영화 배우가 되는 것이지요.

배우를 하고 싶으니 배우가 되었으나 제대로 된 기획사나 극단에서 일하지 못해서 수입이 일정치 않고 의료보험도 없었답니다. 그래서 여러 파트타임 일을 하다가 마침내 근무시간이 비교적 자유로운 건축회사의 리셉셔니스트가 되어서 부족한 수입을 보충하고 의료보험도 지급 받으면서 밤에는 연습을 하고 금/토요일은 연극무대에 서면서 살아가게 되었다는군요. 당연히 찢어지게 가난한 삶은 아니지요. 어떤 타협점을 잘 찾았다고나 할까요?

제가 이 친구 이야기를 뜬금없이 하는 까닭은 그의 사고방식이 참 자유롭고 부러웠기 때문입니다. "Go for It!" 원하는게 있으면 가지기 위해서 사고와 행동의 틀 없이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럽습니다. 아무리 혼자서는 블로그에 대놓고 치열하게 사느니 어쩌니 하지만 저는 이런 자유로운 사고를 가지려면 한참 멀었습니다. 멀쩡한 대학 나와놓고 배고픈 배우 하겠다고 다시 공부를 하거나, 배우라는 배고픈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친구들이 자기 두세배의 연봉을 받는 동안) 귀천의 구분 없이 우직하게 해나가는 모습이 처음부터 그리 쉽게 이해가 가지는 않더군요. 그런게 문제가 아니라 치과에 갈 보험이 필요했다나요. ^^;

이 친구가 이번주를 마지막으로 회사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올 해는 연극판 이외의 CF 출연을 2개 이상 해보는 것이 목표인데 그려려면 오디션을 자주 보러 다녀야 하기 때문에 더 자유로운 근무 스케줄이 필요하다고 하는군요. 어찌 그렇게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면서도 현실과의 타협점을 그렇게 잘 찾냐고 물어보았더니 다들 그렇게 산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살면서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집도 가정도 꾸미고 잘 사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분명 꿈을 좇아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는 길이 있나봅니다. 저도 담대하고 치열하게 멀리 보면서 살아야겠어요.

Good Luck, M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