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는 사람이 정말 많다. 전세계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메트로폴리탄 지역이고, 다양한 인종의 용광로인지라 체감하는 인구수는 서울이나 도쿄에 비해 훨씬 더 높은 것 같다. 그런 뉴욕에 온지 어느새 3년 반이란 세월이 지났다. 그 동안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늘 새로운 사람만 만나게 되지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참 드물다. 특히 한국에서부터 아는 사람은 단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뉴욕에는 한국 사람도 많다. 요즘은 한인 타운 지역은 물론이고 맨하튼 어디를 가도 한국말을 들을 수 있는데 어디서 이렇게 다들 왔을까 새삼 궁금해질 때가 있다. 어떤 날은 늦은 퇴근 길에 전철을 탔는데 내가 탄 열차 칸의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 중에 10명이 한국 사람이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한국 사람이 많다는 캘리포니아의 LA 나 오렌지 카운티는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이렇게 한국 사람들과 부대끼며 뉴욕 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드는 생각: 어떻게 나는 한번도 아는 한국 사람을 만난 적이 없을까?
여기서 내가 말하는 아는 한국 사람은 한국에서부터 알던 한국 사람을 말한다. 이렇게 수없이 많은 사람이 활보하는 도시라면, 그리고 한국 사람이 그렇게 많은 국제 도시라면 아는 사람 하나 정도는 마주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와 대조적으로 아내는 고향(미국) 친구들을 두세 달에 한번 꼴로 길에서 우연히 만나곤 하는데 말이다.
한국에서 25년 이상을 살았고, 적어도 일년에 한번 정도는 연락을 하는 사람이 주소록에 200명 가까이 있고 나름 한국에서는 아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들 중 단 한 명도 우연히 뉴욕에서 마주치질 못했다. 출장이나 여행을 와서 잠시 만나는 건 제외다. 다른 사람들을 보면 (아내만 봐도) 뉴욕에서 옛 인연을 우연히 코너를 돌다가 만나는 경우가 참 흔한 것 같은데 그런 일이 아직 한번도 없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는 있음직하니까 나오는 것 아닌가.
정신 없이 살다 보면 종종 옛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다. 32가 한인타운 근처에서 코너를 돌다가 고향 친구를 우연히 만나서 밤새 소주를 기울이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그런 즐거운 사건이 올해는 한번쯤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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