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군/Life Streaming

강원도 운전병의 위력...

Y군! 2007. 3. 18. 04:50

하루 종일 눈이 온다. 나는 하루 종일 집에서 GMAT 공부를 했다.
우라질 3월달에 왠 눈이 이렇게 많이 오나...
나 는 눈이 싫다. 남도 출신이라 원래는 눈 오는날의 강아지였는데 군대 가서 감정 상해서 왔다. 강원도, 특히 인제에는 왜 그렇게 눈이 많이 오는지... 우리는 눈 한번 오기 시작하면 잠도 못자고 눈을 치워야만 했다. 155미리 곡사포 부대의 수송중대....우워워... 눈 때문에 기동력 상실하면 안된다고 새벽 1시까지 눈 치우고 새벽4시에 일어나서 눈 치웠다. 코피 뚝뚝 흘리면서 눈 치웠다는 얘기 제대하고 나서도 못 들어봤다. 그래서 전역 후에는 눈을 좋아하지 않는다. 종종 그 때 생각나면 부르르 떨린다.
저녁이 되어가니 사람들이 눈을 치우기 시작하는데 삽이 땅 긁는 소리에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RC 파트 푸는데 집중이 안되면 황이다. 하루 종일 식탁에 앉아 있느라 안그래도 찌부둥 하던 차에 차라리 잘 되었다 싶어서 옷 입고 눈이나 치우자고 나갔다. 아무리 눈이 싫어도 내 차 주변의 눈은 치워야 밥이 넘어가기 때문이다. 한심하다. 전역한지가 언젠데...
그런데 삽이 없다. 빗자루도 없다. 2월까지 눈 다운 눈이 한번만 와서 살 생각도 안했다. 아쉬운 대로 쓰레받이 하나 들고 나갔다. 근데 이게 재밌는 거다. 열악한 도구로 자연과 싸우는 인간의 투쟁심이랄까.... 아님 군대에서 삽으로 맞으며 눈 치우다 뼈에 박힌 깡다구랄까, 삽질, 아니 쓰레받이질을 하면 할 수록 몸에 힘이 들어가더라.
잠깐 무아지경에 빠지고 났더니 차랑 차 주변이 말끔해졌다. 도로나 인도? 내 알바 아니라고 생각하며 돌아서는데 동네 사람들이 전부다 하던 삽질을 멈추고 나를 지켜보고 있더라. 걔중에 어떤 아저씨는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인다. 아씨... 또 오버했다. 한국에서 군인들이 어떻게 눈치우는지 알리가 없는 미국 아저씨 아주머니들 마냥 신기했나보다. 추리닝에 운동화 신고 나와서는 쓰레받이로 신들린 듯이 눈을 퍼대었으니...
사실 예비역 두명 붙여주고 싸리비만 주면 아예 대로를 다 쓸어줄 수도 있다.
+ 나중에 군대에서 눈치운 얘기만 따로 포스팅 한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