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할 여유가 없어서 자꾸 꽁수를 쓰게 되는군요.
벌써 1년 전 일이군요. 한국에서 제 블로그를 자주 읽으시던 어느 분께 이메일을 한통 받았습니다. 미국에 이민을 생각하고 계신 젊은 남자 분이셨는데 본인은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잘 하고 계시다가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한 끝에 이민을 결정하신 분이셨지요. 젊은 나이에 결혼을 하셨고 전폭적인 지지와 경제적인 능력까지 있는 아내가 있다는 점 말고도 인생을 질러봐야 안다는 삶의 철학(?)이라든가 사소한 생활패턴 등을 비록해서 운전병 출신이란 점까지 그 분과 저는 비슷한 점이 참 많았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저는 이미 와버렸고 그 분은 올 준비를 하신다는 것이었지요. 이분은 와이프께서 미국에서 취업을 하시게 되었는데 그것에 모든 것을 걸고 과감하게 삶의 터전을 미국으로 옮기시려는 대단한 모험과 도전을 강행하시려는 거였지요. 미국과 한국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결국 아내가 될 여자친구가 일을 하고 있는 미국으로 질러버린 저와 별반 차이가 없지요.

이 편지글은 그 분에게 저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어 드리기 위해서 1년전 어느 늦은 밤, 사춘기 시절 이후 오랜만에 느끼는 동질감과 비장한 마음을 담아 써내린 이메일입니다. 1년간 미국생활을 하면서 취직을 준비하면서 삶의 기반을 잡으려고 발버둥을 치면서 생각하고 공부하고 배우고 느낀 점들을 짧은 이메일로 최대한 표현하고 싶었는데, 당시에도 지금처럼 글을 그리 잘 쓰지를 못했던지라 열심히 생각하고 썼음에도 지금 다시 보니 상당히 부끄럽군요. 그래도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큰 가감 없이 한번 올려 봅니다. 그래도 이름이나 개인정보는 삭제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양모모(^^)라고 합니다.
우선 업데이트도 잘 안되고 누추하기만 한 제 블로그를 방문해 주시고 읽어 주셔서 감사하구요,
시원찮은 경험담을 가지고 칭찬하시며 메일까지 보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그리고 취업 축하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님께서는 메일 한방으로 제가 3번씩이나 감사하게 하시는 걸 보니 보통 분이 아니신 듯 합니다.^^

이제 취업하고 두달 반이 훌쩍 지나가고 있는데요, 정말 지난 1년 어떻게 지내왔는지 모를만큼 그야말로 정신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취업 하고서의 경험을 블로그에 써내려가면 끝이 없을 것 같은데 시간이 없어서 그것마저 못하고 있네요.

이제 곧 미국에 오시는군요. 그 용기와 의지를 정말 높이 평가드립니다. 단순히 남들 입장에서 생각지 못할 만큼의 고민을 하시고 엄청난 용기를 내셨다는 것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거든요. 각오도 그만큼 하고 계시겠지요. 저와 비슷한 점이 참 많으신 것 같은데 정말로 반갑습니다.
제가 도움 드릴 수 있을만큼 드릴테니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우선 지난 1년을 어떻게 견디었는지 물으셨지요.
저는 끊임없이 1년 후, 3년 후, 5년 후 내 모습을 생각하며 뭔가를 준비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책도 많이 읽으려고 했고 영어공부도 많이 하면서 적어도 현재 가지고 있는 것만큼은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습니다.
하지만 끝도 없이 밀려오는 불안감과 무기력은 정말 사람을 약하게 만들더군요.
그럴때 신앙이 정말 큰 힘이 되었구요, 아내의 따뜻한 격려가 (너무 잦으면 되려 짜증이 나구요)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서 미래를 불안해 하면서도 별 도리 없이 열심히 그리고 어렵게 살고 있는 제 선배들이나 친구들 생각에 저도 과히 나쁜 처지는 아니라 생각되어 힘이(?) 나더군요. (일단은 지르다시피 하긴 했지만 신념대로 움직였으니 후회가 들한거지요.^^) 

미국, 참 살기 좋습니다.
하지만 살기 좋으려면 초반에 피눈물을 쏟으며 노력해야 합니다.
여기서 고등학교, 대학교라도 나왔으면 뭐라도 하면 할 수 있습니다만
우리처럼 한국서 자라 군대 갔다오고 대학나와서 직장까지 다니다가 미국에 오면 정말 힘이 많이 듭니다.
아무도 과거의 경력이나 경험을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거든요.
그렇지만 아직도 젊다는 것이 정말 큰 힘이 됩니다. 한국에서 서른이면 미국 오면 스물아홉, 생일 안지났으면 스물 여덟로 칩니다. 게다가 한국계 기업을 제외하고는 채용시에 나이도 상관하지 않지요.
얼마나 신이 납니까!

언제 오시는지 모르지만 준비를 많이 하고 오세요. 할 수 있으면 한국 있을때 코피 흘리면서 토익/토플 공부, 회화 공부 열심히 하시고 미국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세요. 미국에 오시면 새로 공부를 하셔도 되고, 당장 바닥부터 몸 쓰는 일을 시작 하셔도 됩니다.
아침마다 조깅하시고 헬스클럽 다니면서 몸을 키우세요. 무슨 일을 하든 체력이 없으면 가정은 커녕 내몸 하나 못 세웁니다.

5년 후 10년 후를 보고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님처럼 한국서 좋은 대학 나와서 대기업 다니시는 분들은 여기 미국 사람들하고 기본적으로 언어를 제외하고는 여러가지 면에서 월등히 뛰어납니다. (기본적으로 성공할 자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영어를 완벽하게 하지 않더라도) 5년 후에 프로그래머가 되어 미국계 회사에서 연봉 6만불 이상 받으면서 일하고 있으면 성공하실 수 있습니다. 5년 후에 회계사가 되어 연봉 7만불 이상 받으면서 일하고 있으면 성공하실 수 있습니다. 5년 후에 세탁소 2개 정도 경영하며 8만불 이상 벌고 있으면 성공하실 수 있습니다. 그 때부터 진짜 미국에서의 성공스토리가 시작될거라고 믿습니다.
와이프께서 직장생활을 하시며 의료보험, 치과보험, 연금등을 지원 받으며 향후 5년간의 최소한의 안정정인 생활을 책임질 수 있을 때, 님께서는 5년후 10년후를 책임 지고서 철저히 준비하시면 됩니다.

저도 근래에 들어서 채용일을 하면서 남들의 커리어를 보고 살아가다보니 미국땅에서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하고 있던 차입니다. 아직 아는 것이 없어 두서없이 써보았으나 나중에 블로그에 다시 정리해서 써봐야겠어요.

한국은 지금이 점심 시간이겠군요. 함께 점심 먹던 동료들이나 친구들 얼굴이 아른거리네요.
식사 맛있게 하세요.

필요한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미국 동부시간으로 저녁9시에서 11시 사이나 (한국 오전10시-12시) 토,일 어느때고 전화 주세요.
주말은 받는 전화비도 공짜고 말동무도 필요한 요즘이니 님만 괜찮으시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지금 이 분께서는 캘리포니아 쪽에서 학교를 다니시며 미래를 준비 중이시구요,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대기업에 취업도 되신 상태라고 합니다. 미국에서 블로그를 통해 알게된 몇 안되는 고맙고 가까운 분이 되셨지요. 부모님께도 말 못하는 갑갑한 이민생활의 고충들은 이렇게 젊은 이민자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지요. 이분의 무사한 정착과 취업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고 아직은 갈길이 멀고 험하지만 앞날에 끊임없는 도전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며 포스팅을 접어봅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이나 방명록을 통해서 남겨주시면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기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모르면 낭패지요. ^^

  1. BlogIcon 자유 (2007.09.26 23:15 신고)
    두 분 모두 정말 대단하세요.
    저도 한 번 나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결정적으로!!! 쌀밥에 김치를 먹어야 해서... :D
    • BlogIcon Y군! (2007.09.27 10:53 신고)
      왠만한 한인타운에서는 기본적인 한식찬거리는 다 구할 수 있답니다. 그렇지만 외국생활이 체질이 아닌 분들이 참 많으시더라구요. 사실 한인타운이나 한인식품점도 그런분들이 많아서 생겨났겠지요. 한국에서 의대 나오시고 이곳에서 레지던트 하신 후에 자리 잡으신 분들이 꽤 있으시더군요.
  2. BlogIcon mjjin (2007.10.07 00:07 신고)
    사람을 감동케 하는 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누구나 다 뭔가 내심속의 큰 변화를 시도할 경우에 이민을 하게 되거나 겉으로는 안일해보였던 과거의 생활을 포기하는 도전을 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위에서 말씀하신 '이민'이나 과감히 변화와 발전의 의도를 행동으로 옮기는 시도나 실천은 모두 동일한 차원의 의미를 가지는것 같습니다.
    • BlogIcon Y군! (2007.10.08 15:49 신고)
      반갑습니다, mjjin님. 말씀하신 바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리고 동일한 차원의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로 하겠지요.
  3. BlogIcon j4blog (2007.10.10 20:04 신고)
    심플 블로깅님의 블로그에서 Y군님의 블로그를 보고 흘러왔습니다. 저 또한 호주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비슷한 이민자의 경험을 하고 있는 처지라 마음에 와닿는 말이 너무 많습니다. 나이도 있어서 저질러보자는 치기어린 생각은 아니었지만 현실과 상상과의 괴리사이에서 지금도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 글 잘 읽고 갑니다.
    • BlogIcon Y군! (2007.10.12 19:34 신고)
      반갑습니다, j4blog님. 부족한 글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호주에 계시는군요. 이민생활을 하신다니 하루하루가 도전이겠어요. j4blog님 블로그에도 자주 놀러가서 비슷한 경험을 좀 더 나누어야겠습니다. ^^
  4. BlogIcon 쿨짹 (2007.10.12 16:22 신고)
    정말 힘이 나는 편지네요. ^^ 그분도 열심히 살 수 있는 용기를 내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을 편지라고 생각합니다.

    전 제가 고 2때 부모님께서 이민을 강행하셔서 어떻게보면 일찍 (Y군님께 비하면) 어쩌면은 그리 이르지 않은 때에 캐나다 생활을 하게 되었죠. 나름대로 에피소드도 많았지만 Y군님보다는 훨씬 쉽지 않았을까 합니다. 화이륑~ 입니다. :)
    • BlogIcon Y군! (2007.10.12 19:53 신고)
      감사합니다, 쿨짹님.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서 모르는 분들과 도움을 주고받고 또 친구가 되는 즐거움이 단순히 즐거움 이상이랍니다. 쿨짹님 이민 오셨을 나이대에 이민을 온 친구들이 있어서 참 힘들게 이민생활 시작하신거 잘 알지요. 지금은 제 부러움의 대상이세요. ^^
  5. yeo jin (2008.08.27 08:45 신고)
    저도1년후에.. 미국간호사로 나갈생각을 갖고 회화랑 토플을 하고 있어요.. 님만큼 적응력이 뛰어나지 못한관계로 걱정이 되지만. 23살 젊은 나이에.. 아직 미혼이라는 점과.. 뉴욕시립대에서 간호학사 1년을 마치고.. 1년간 opt를 뛴후 저도 취업을 할생각이에요.. 젊은나이에 이민갈생각하니까.. 남들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그러냐고 하는사람도 있고요.. 한국사람은 한국에 있어야 한다는 스스로만든 장벽이 있어요. 1년간 더 돈을 모아서 미국에 가려고 합니다. 가끔 이 블로그에와서 미국냄새를 맡아볼꼐요 ^^
    • BlogIcon Y군! (2008.08.27 21:43 신고)
      안녕하세요, 여진님.
      젊은 나이에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죠. 특히 넓은 세상으로 향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죠. 많은 지인들이 미국의 의료계에서 종사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정말 간호사가 부족합니다. 간호사는 근무여건이나 보수도 한국보다 월등하고 좋습니다. 또한 삶을 여유있게 살기에 참 좋은 직업인 것 같습니다. 준비 잘 하시고, 하시다가 궁금한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들려서 알려주세요. ^^
  6. 쁘아 (2008.09.30 01:13 신고)
    갑자기 생긴 궁금증인데...
    미국에서의 웹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어떨까요?
    • BlogIcon Y군! (2008.10.01 17:15 신고)
      쁘아님, 안녕하세요. 저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은 모릅니다만 영어를 잘하고 감각과 실력만 있으면 미국에서 어떤 직업이라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ㅎㅎ 물론 뉴욕처럼 디자인 관련 인력이 길에 널린 곳에서는 그것이 쉽지는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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