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저의 제한적인 경험과 지식으로 인한 편견과 일반화가 있음을 미리 알리는 바입니다. :)

미국 TV 프로그램 중에는 집안을 정리하고 예쁘게 꾸며 주는 내용을 가진 쇼가 많이 있습니다. 쇼호스트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나 목공예 기술자 같은 관련분야 전문가들을 데리고 나와서 지저분한 집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꾸며주지요. 그런데 이런 쇼가 시청율이 무척 높아서 케이블 방송사들이 비슷한 쇼를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왜 시청율이 높냐면 시청자들에게 남의 이야기, 강건너 불구경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Garage Sake Sign>
미국은 소비가 미덕인 나라입니다. 돈이 있는 사람은 값비싼 명품을 얼마든지 쉽게 살 수 있고 돈이 없는 사람은 싸고 좋은 물건들을 자기 취향대로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니다. 없는 사람도 "돈 쓰는 재미"를 톡톡히 즐기면서 살 수 있는 나라인 셈이지요. 큰 쇼핑몰이든 동네 할인점이든 간에 왠만큼 인구가 되는 마을이나 도시에는 오전부터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하지요.

그런데 땅덩이가 넓고 집이 크서 그런지 어떤 사람들은 때가 되면 버릴 줄을 모르고 물건들을 집안에 차곡차곡 쌓아갑니다. 게다가 감정을 중요시하는 문화 덕인지 물건에 대한 추억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해서 안쓰는 물건도 좀처럼 버리지를 못하지요. 그러다 보니 보통 결혼을 해서 가정을 차리게 되면 10년 정도만 지나도 집안에 안쓰는 물건이 넘쳐나게 됩니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이 담긴 물건은 더욱 버리기 힘든지라 아이까지 있으면 그 양이 배가 되지요.

<Garage Sale>
그러다 보니 주말만 되면 Garage Sale이라고 해서 말그대로 창고에 쌓였던 잡동사니들을 앞마당에 다 풀어놓고 동네 주민들에게 파는 모습을 사시사철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고물만 나오는게 아니라 아기 인형부터 중고차까지 그 품목이 다양하고, 주인이 미처 그 가치를 알지 못하고 헐값에 내놓은 명품 혹은 희귀품도 종종 나옵니다. 그래서 Garage Sale만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많고 심지어 이런데서 헐값에 물건을 사서 비싸게 되파는 직업을 가진 사람도 있지요.

미국에서 운전을 하면서 길가를 유심히 보면 심심찮게 Rental Storage 혹은 Self Storage 라는 간판을 볼 수 있습니다. 말그대로 물건을 보관할 공간을 개인에게 임대해 주는 곳인데요. 참 많은 용도가 있습니다만 이곳을 집안에 넘쳐나는 안쓰는 물건들을 보관하는 곳으로 쓰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물론 집을 빌리는 만큼은 아니지만 보관 기간과 보관 공간의 크기에 따라 비용을 지불해야지요. 집이 좁고 집세는 턱없이 비싼 뉴욕시 같은 경우에는 여름옷, 겨울옷을 번갈아 보관하는 곳으로 많이 사용된다고 하는데 부유하지 못한 패션리더들에게는 필수시설일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위의 두 경우처럼 스스로 이렇게 집안의 물건들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집의 안과 밖을 서서히 쓰레기장으로 만들어 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건을 처분할 결단력은 없고 날 때부터 정리하는 것 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주로 이러는데 정말 한국에 계신 분들은 상상도 못할 상황을 보게 됩니다. (음식물이 섞이지 않아서) 냄새는 나지 않는 "난지도" 라고나 할까요? 집 안에는 걸어다닐 공간조차 없고 뒷마당에는 쓰레기장이 들어차 있는 집들도 종종 있답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대신 버려주고 정리해 주는 전문가들이 있으니 말 다했지요.

비좁은 땅을 가지고 있고 저축이 미덕이었던 한국에서 자란 제가 보기에 미국은 여전히 참 재미있는 나라입니다. 문화나 경제를 비롯한 여러가지 차이가 선입관을 깨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모습을 보여주는군요. 넓은 땅, 소비지향적 자본주의, 그리고 소유욕으로 만들어진 희한한 보관문화, 타산지석인지 문화적인 거부감인지, 이런 환경 속에서 저는 점점 더 가볍고 심플하게 살고 싶어지네요. (뭐 그래도 돈 좀 만지면 이야기가 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쓰고 싶었는데 제가 본 것만으로 일반화시키기가 어려워서 한 2년 살면서 계속 지켜 보았는데 보면 볼 수록 황당하고 재밌어서 블로그에 안쓸 수가 없네요. 주변 미국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대수롭지 않게 "어떤 사람들은 원래 그래." 라고 말하는데, 혹시 제 이야기에서 부족한 부분이나 덧붙일 부분이 있으면 댓글이나 트랙백으로 함께 나눠 주세요. 다음에는 미국 사람들의 버림과 정리기부에 대한 부분도 한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당연하게도 이 부분에서도 놀라고, 배울 점이 많이 있습니다.

  1. BlogIcon 박민철 (2008.01.14 04:29 신고)
    아.. 미국인들은 대체적으로 그런가보군요..
    몰랐던 재밌는 사실이네요.. ^^ 잘 읽었습니다~
    • BlogIcon Y군! (2008.01.14 21:48 신고)
      안녕하세요, 박민철님. 대체로 그렇다기 보단 그런 사람들도 있다는 거지요.^^; 아래에 yjae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나이드신 분들이 잘 버리지 못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아요.
  2. BlogIcon juneday (2008.01.14 21:43 신고)
    맞아요. 문득 나이 많으신 분들이 대공황을 겪으면서 쉽게 버리지 못하게 됐다고. 소비 문화와 동시에 기부 문화도 발달되어 있으니까 좋지 않나요? :D
    • BlogIcon Y군! (2008.01.14 21:49 신고)
      오랜만이예요, yjae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안그래도 소비문화와 기부문화에 대해서도 한번 이야기 해보려는 참이랍니다.
  3. BlogIcon 가즈랑 (2008.01.16 04:08 신고)
    벼룩시장이 활성화된 탓에는 절약정신도 있겠지만...저렇게 한가하게 팔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한몪하지 않았나 싶네요. 누군가는 사갈 거라는, 또 누군가가 팔고 있으리라는 느긋한 기대들 말이죠. 정말 부러운 풍경입니다..^ ^;
    • BlogIcon Y군 (2008.01.16 20:26 신고)
      사람이 사는 것이 어디를 가나 다 똑같다고는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분명히 다른 건 다른 것 같아요. 실은 저런 개인 벼룩시장이 쉬워 보여도 지역 일간지에 광고도 하고 동네 입구부터 전단지를 붙이는 등 각고 마케팅(?)이 있기에 팔릴 물건은 다 팔린답니다. :)
  4. BlogIcon 자유 (2008.01.18 19:41 신고)
    저도 잘 정리하지 못 하는 타입이에요. :) 신혼집이라 깨끗하게 살려고만 하면 매우 깔끔할터인데, 지금 집 안 상황을 보면... -_-;;
    생각난 김에 오늘은 간단히 청소와 정리를 해 봐야겠어요.
    • BlogIcon Y군! (2008.01.19 17:00 신고)
      저희 부부도 주중에 계속 어지르다가 한계점에 다다르는 매주 토요일에 청소를 한답니다. ^^; 둘이서 살면서도 어지르지 않는 법을 조금씩 배우게 되더군요.
  5. BlogIcon 쿨짹 (2008.02.02 20:21 신고)
    저도 ㅡㅡ 버릴 줄 몰라요. 한국에 있었을 때도 그랬구요.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 이사를 수십번을 다녔는데 그때마다 박스박스 싸서는 부모님댁에 맡겨놨죠. 아직도 엄마네 창고네 십 수 박스가 있어요. 엄마가 언제나 그러죠. 언제 가져갈거냐. ㅋ
    • BlogIcon Y군! (2008.02.04 19:25 신고)
      저는 꾸역꾸역 모으는 인생이었는데 대학생활 시작하며 3개월에서 6개월마다 거처를 옮기기를 몇년 하고나니 짐이 별로 안남았더군요. 사모으고 싶어도 옮기기 쉽게 작고 비싼 놈들한테만 눈이 가구요. ㅋㅋ
  6. 버섯도사 (2008.02.15 01:55 신고)
    작은 집에서 사는 습관을 들이면, 물건이 하나씩 없어져 간답니다.;;;
    뭐 어떻습니까? 그만한 땅떵어리에 살면 내가 예전에 쓰던
    소중한 추억들이 남은 물건들을 좀 쌓아두는건....
    그게좀 많더라도 땅만 넓다면야 ^^;;;
    4평 남짓의 옥탑방에서 사는 저에겐 꿈같은 이야기지만서도요 ㅎㅎ
    그래서 저한텐 그게더 매력적이게 들리네요 ^^;

    Written By CLOTHO"
  7. 이름 (2018.07.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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