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군/Life Streaming

역시 눈을 좋아할 수가 없다.

Y군! 2007. 2. 22. 04:50

지난 발렌타인데이를 전후로 눈이 많이 내렸다. 올해 이상하게 날씨가 따뜻하고 눈이 내리지 않았는데 마침내 올 것이 온것이다. 회사 다닐 때 언덕을 많이 오르락내리락 하며 가야 되기 때문에 눈 오기 전에 그만두게 해달라고 출근길에 운전하면서 늘 기도했는데 어쨌든 회사 안다니고 집에서 놀게 된 후에 눈이 내려서 다행이다.
나 는 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고향이 남쪽이라 대학 때까지 눈을 볼 일이 드물었기에 눈 내리면 마냥 좋아했었는데 강원도 인제에서 군생활 하고 나서는 전역 후에도 약 3년은 눈이라면 치가 떨렸다. 차량부대에서 군생활 해본 한국남자라면 그 기분 이해할 수 있다. 그 후에 어느정도 눈에 다시 정(?)을 붙이고 있던 중에 플로리다에서 볼 수 없던 눈을 뉴저지에서 마침내 보게 된것이다.
눈보라를 snowstorm이라고 하고 강도 놓은 바람과 함께 눈이 내리면 blizzard라고 한다. 발렌타인데이 아침에 바로 그 blizzard가 있었다. 그날 아내가 취소할 수 없는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Manhattan에 가야 했는데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 내가 대한민국 육군 강원도 운전병의 명예를 걸고 아내를 눈속에서 약속 장소까지 수송하는 임무를 맡았다. 아내한테 눈속에서 운전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큰 소리를 치고 출발하긴 했는데 정말 긴장해야만 했다. 그도 그럴것이 내가 주로 운전하던 차량이 육중한 군용차량이었고 4WD였는데 지금 내가 운전하고 있는 것은 작은 VW Golf 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소형차치고는 제법 무거운 차이고 Front Wheel Drive 라서 쌓인 눈위를 미끄러지면서도 잘 나갔다. 만약에 내 차가 Rear Wheel Drive 인 렉서스였다면 운전은 시도조차 안했을거다.
평소에 20분이면 갈 거리를 한시간 넘게 조심스레 운전해서 목적지에 도착하고 보니 차가 꼴이 말이 아니었다. 눈 녹이는데 쓰는 염화칼슘과 소금을 뒤집어 써서 온통 허옇게 얼룩이 지고 그 위에 다시 눈이 쌓이고 있었다. 무엇보다 내 가슴이 아팠던 것은 어디서 빠져버렸는지 오른쪽 뒤바퀴의 휠커버에 VW 마크가 달아나버렸다는 것이다.
마치 앞니가 빠진 아이 같은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런 날씨에 억지로 차를 끌고 나와서 너무 혹사 시킨것 같아 괜시리 마음이 아팠다. 군시절 이후 내돈 주고 산 (아직도 돈 내고 있지만) 내 첫 차인데 따뜻한 플로리다에서 도로 나쁘고 추운 뉴저지까지 데리고 와서는 일년에 2만 마일씩 다니면서 정비는 커녕 세차도 잘 안하고 항상 제일 싼 기름만 넣었다. 이번에 날씨 풀리고 나면 깨끗이 씻어주고 돈이 좀 들더라도 오일교환 하면서 간단히 정비도 해줘야겠다.
아무튼 결론은 여전히 눈이 싫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