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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City로 이사하다 - 정착하지 않는 삶

Y군! 2008. 8. 6. 03:30

지난 금요일에 강 건너편 뉴욕시내(맨하튼)로 이사를 했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이 있어야만 입주가 허락되는 뉴욕의 월세 아파트이기에 (제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서) 입주허가를 받을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한국에서 송금되는 급여가 수입으로 인정이 되었는지 마지막 순간에 입주허가가 나왔고,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던 NYC행이 실현 되었습니다.

이사를 간다고 하니 대부분의 주변사람들이 말리더군요. 특히 제 나이 또래의 미국 친구들이 매우 비판적으로 반응을 했는데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기분이 좀 상하기도 했습니다. 그 친구들의 말은 결혼도 했고 2세 계획도 해야 하고 제 수입도 불안정하니 리스크가 덜한 뉴저지 쪽에 계속 머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risk taker 기질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리스크가 크면 클수록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미국으로 건너온다거나, 벤처회사에서 일을 한다거나, 집세 및 생활비가 어처구니 없게 높은 맨하튼에서 산다거나 하는 것이 그런 케이스들입니다. 주변에서 가지 말라고 할수록 더 가고 싶더군요. 결국 아내와 긴 시간을 상의하고 기도한 후에 결심을 굳혔습니다. 아내도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많이 망설였지만 일생에 한번은 뉴요커로 살아보고자 했던 꿈을 이루고 싶었지요.

저는 어릴 때부터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살고 싶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이 보장되지 못할 수도 있고 오랫동안 가족을 만들지 못하게 될 수도 있지만 온 세상의 이곳 저곳을 2년씩, 3년씩 살면서 세상 구경도 하고 친구도 만들면서 한동안 그렇게 살고 싶었지요. 전 그게 영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대학시절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면서 그런 삶이 허황된 꿈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외국인 친구들을 참 많이 만났는데 그들 중에는 전세계를 여행하며 살아가는 친구들(부부 포함)도 종종 있었습니다. 전 세계의 무예를 공부해보고 싶다고 세상을 여행하던 한 호주 친구는 태권도 고수를 만나겠다고 지리산을 몇 번이나 오르락 내리락 했었고, 세상의 요리를 조금씩 다 배워보고 싶다고 유럽을 거쳐 한국에 온 한 프랑스 친구는 주말마다 시골에 내려가서 할머니들에게 요리를 배우고 있었지요. 어디를 가더라도 말이 통하고 열심히만 살면 어떻게든 살아갈 길이 있더군요. 일생의 목표를 강남 아파트 한 채와 자식의 명문대 합격이 아니라면 충분히 시도해 볼 삶이 아닌가 싶었지요. 그리고 한 번 사는 삶인데 그들의 삶 속에 있는 자유와 여유를 저도 꼭 가져보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허덕이고 있습니다만...ㅡㅡ;)

저도 언젠가는 미국, 유럽, 아시아의 여러 다른 멋진 도시들에서 살아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결혼을 해서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미국에서 그 여정의 시작을 했고 3년 만에 늘 꿈꾸던 뉴요커가 되었으니 다시 2, 3년은 여기서 열심히 살아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나면 다음에 갈 곳이 보이겠지요.

몇 달 후면 결혼 3주년인데 이사를 2번 했고 옮길 때마다 집세는 1.5배에서 2배씩 오르고 집 크기는 자꾸 줄어드는데 삶에서 느끼는 만족감과 행복함은 더욱 커지는 것 같으니 (아직 젊어서 그렇겠지만) 아직 이런 요인이 삶의 질을 결정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함께 꿈을 나눌 수 있고 지지를 아끼지 않는 아내에게 고마워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