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군/느낌 생각 기억

Florida Gators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

Y군! 2007. 4. 4. 04:50

오늘 저녁에 코네티컷 어딘가에 있는 스포츠바로 NCAA 농구 결승전을 보러 간다. 아내의 모교이자 내가 잠시 몸 담았던 University of Florida (Florida State University가 아니다!!)가 작년 우승에 이어 올해도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기 때문이다. UF출신의 친한 친구들이 현재 보스톤과 뉴욕, 뉴저지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데 모두 스포츠 광팬들이라 함께 모여서 게임을 볼 장소를 찾다보니 어느 정도 중간 지점에 위치한 코네티컷에서 모이기로 했다. 각자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운전을 해야 하지만 오랜만에 모여서 모교의 NCAA 우승을 지켜볼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에 만장일치 합의를 보았다.

빠순이 수준으로 즐거워 하는 아내와는 달리 나는 그 즐거움이 약간 들한것 같다. 나는 UF에서 학부나 대학원 수업을 듣지 않았기 때문인지 몰라도 NCAA 리그에 대한 즐거움이나 Florida Gators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기엔 뭔가 부족함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몇년전 (내가 일생에서 가장 돈을 헛되이 썼다고 생각했던) 어학연수를 통해 UF에 잠깐이나마 적을 두었다는 것이다. 물론 어학연수 이후에도 UF의 학생들 혹은 졸업생들과 어울렸고, 학생단체에서 활동도 계속해왔다. 그래도 이 미국땅에서 나의 소속감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지난 시즌 UF의 Football 팀이 NCAA에서 우승을 했다. 아내와 함께 주말마다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보러 주변 도시들을 돌아다녔다. 필라델피아, 보스톤까지도 다녀왔다. 그렇게 다니다보니 그전에는 없었던 어떤 소속감이라던가 감동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이번 NCAA 농구 시즌에는 참 즐겁게 경기를 보고 있다. 선수 개개인에게 애정도 생기고 감독에 대한 존경도 생겼다.

그렇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을 알고있다.

예전에 중고교 시절에 나는 야구의 롯데, 농구의 기아를 무척 좋아했었다.
롯데, 나에게 롯데라는 이름은 그 시절, 그리고 아직까지도 가슴이 아리게 만드는 그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야구경기가 있는 날 야구를 보러 가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요 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 시절 야구장에 가면 응원을 하면서 울고 웃을 수가 있었다. 여고생들은 줄을 맞춰 앉아서 티슈를 손에 들고 응원가에 맞추어 흔들고, 아저씨들은 일회용 라이터를 반짝이며 부산갈매기를 목이 터져라 불렀었다. 어쩌다 상대방 선수들이 더티플레이를 하거나, 심판이 판정을 잘못하면 어김없이 어디선가 소주병이 날라가는 모습 조차도 지금은 그립다.

롯데가 한국시리즈를 가면 부산과 일대 도시의 대입성적이 떨어지곤 했다. 두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이후 줄곧 내리막을 달리던 롯데를 보다못해 수많은 이들이 야구장을 떠났다. 나도 가슴이 아파 야구장을 떠난 그들 중의 하나이다. 지난 6-7년 동안 야구를 아예 보지 않았다. 그래도 어디가서 응원하는 야구팀이 있냐고 물으면 롯데라고 조금의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롯데가 꼴찌라도 상관없었다. 수도권으로 대학진학을 한 탓에 대학시절 야구시즌 때면 어김없이 왕따를 당했고, 군대에서는 내무반에서 쫓겨나기도 했었다. 그래도 나는 한번도 롯데가 아닌 다른 팀을 응원해본 적이 없다. 롯데가 이기면 기분이 좋았고 롯데가 지면 입에서 욕지기가 나왔다.

스포츠의 천국인 미국이라는 나라에 살면서 그런 경험을 아직 가져보지 못했다. 나도 이기면 술 한잔 하고 싶고 지면 욕지거리 할 수 있는 그런 팀을 하나 가지고 싶다. 비록 스포츠가 사람들을 정치적으로 만들고, 비생산적으로 만든다고는 하지만 나도 그런 즐거움 하나를 다시금 가져보고 싶다. 이번에 NCAA 결승전 게임을 보며 그 느낌을 한번 찾아보고자 한다.

+ 여담인데 그 당시 여친이랑 야구 얘기를 할 수 있었던 곳이 전세계에서 부산 밖에 없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나도 고딩시절 첫여친이랑 사직구장에서 자주 만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