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군/느낌 생각 기억

20대 후반 가을, 내 인생의 turning point

Y군! 2007. 10. 9. 09:17

한동안 포스팅이 뜸했습니다. 많이 바빴거든요. 시간이 터무니 없이 부족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또 그만큼 따라잡아야 했기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었을 뿐이지요. 얼마 되지 않는 RSS 독자들도 5분 정도 잃어버렸네요. 포스팅은 짧은 말로 채우겠습니다.

삶에 아주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백수생활을 접고 완전히 새로운 경력을 시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삶의 자세가 크게 변하고 있다. 웹 기획이라는 새로운 동시에 매우 익숙한 분야로 들어가기 위해 회계라는 파트타임 일을 시작했고 남는 시간에는 웹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작했다. 삶의 자세가 변했다함은 한동안 익숙하지 않은 현실에 움츠려 들었던 도전과 모험에 대한 용기를 되찾았다는 것이고 세상은 나를 향해 열려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약 석 달이라는 오랜 시간 공부하고 고민한 끝에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해당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내가 그 일로 성공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구체적인 방향과 방법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일단 나의 가능성은 인정을 받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해야 할 구체적인 일들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들이 많았다. 당장 기획 일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개발자로 일단 취직을 해야 하며, 개발자로 취직하기 위해서는 파트타임 일을 하면서 웹사이트를 몇 개 만들어서 포트폴리오를 꾸며야 한다는 것이 그 조언의 골자였다. 현실적으로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파트타임 일을 하면서 꿈만 좇는단 말인가.

그런데 한국에서의 나였다면 상상도 못할 일들이 이 곳 뉴욕에서는 일어나고 있었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파트타임 일을 하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렌트를 보면 이스트빌리지의 가난한 예술가들이 하루하루 겨우 살아갈 만큼의 수입을 벌면서 자신의 꿈을 키우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허구가 아니라 이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실제로 나에게 조언을 주신 이 분야에서 성공하신 분들은 다들 컴퓨터 전공자가 아니었고 그렇게 스스로를 준비시키며 기회가 왔을 때를 놓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감성적으로 미래를 너무 밝게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하여 고민을 많이 했다.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만나는 분들마다 더 많은 조언을 구했고 그만큼 신앙적으로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답을 구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깨닫은 진리는 다음과 같다. "강한 믿음과 소망은 노력이 수반될 때 반드시 어떤 결과를 가져온다."

10년 전 고향을 떠나 서울로 학교를 갔을 때, 처음 외국인 친구들과 말을 했을 때, 편도 비행기편을 끊고 학생시절 미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에서 졸업 후 하던 일을 그만두고 미국이민을 결심했을 때, 뉴욕에서 직장을 찾기 위해 아내를 남겨두고 홀로 플로리다를 떠날 때 등등 삶의 터닝포인트 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용기와 확신을 가지고 움직였었다. 그리고는 어떠한 후회도 없이 삶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왔던 거다. 게다가 언제나 나와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경제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여러모로 너무나 큰 힘이 되어주는 the better half, 아내가 있어서 참 든든하다. 그리고 신앙적으로 감사함이 넘치기에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들하다.

자로 잰듯한 인생은 나에게 아무래도 맞지 않나 보다. 아직 자식도 없고 20대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만큼 코피가 나더라도 꿈을 위해서 한번 모험을 해보고 싶다. xanga.com의 창업자이자 CEO인 만31세, John Hiler는 미래를 의심스러워하는 나를 꾸짖으며, 꿈이 생겼다면 어떻게든 이루어야 한다고 했다. 비록 그처럼 천재적인 두뇌도 아이비리그라는 학벌도 없지만 여태까지 살아온 것처럼 해나간다면 나도 31살이 되었을 때 누군가에게 용기와 조언을 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큰 커브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