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중순 3박4일간 결혼 2주년 기념여행을 다녀왔다. 우리의 목적지는 캐나다 동부의 작은 섬, <Prince Edward Island>였다. 이곳은 루시 M. 몽고메리 여사가 불후의 명작, <Anne of Green Gables>를 쓴 곳이고 그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나에게는 <빨강머리 앤>이라는 책과 동명의 애니메이션, <赤毛のアン>으로 아직도 그 배경이나 주인공의 모습들이 어렴풋이 기억이 날만큼 어린 시절 마음 속 깊이 각인된 작품이다. 멀리 한국의 남아였던 나도 그렇게 열광했던 작품이니 그 시절 북미의 꿈 많은 소녀들에게는 그 영향력이 엄청났었고 아내 또한 Anne의 팬이 되었나 보다.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는 일본의 제작진이 직접 이 섬에 몇 달간 머물면서 현지 로케이션을 했다고 하니 실물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실제로 가서 보니 내가 소설 속에 혹은 애니메이션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익숙하고 또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었다.

약 2달 전에 비행기표를 사고 철저하게 준비를 해서 4일간 먹는 것 이외에는 지출이 하나도 없는 아주 경제적인 여행이었지만 정말로 잊지 못할 멋진 자연경관을 감상했고, 빨강머리 앤의 추억에 다시 한번 젖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모든 걱정을 잊고 편안하게 휴식하면서 아내와의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간략하게나마 기록을 남겨본다.

캐나다에 있기는 하지만 PEI는 직선 거리상으로는 플로리다보다 가까운데 워낙에 작은 공항이고 항공편이 많지 않다 보니 제일 싼 비행기삯이 왕복 300불(!) 정도 했는데 결국 이것이 이번 여행의 대부분 비용을 차지했다. Newark 공항에서 에어캐나다 소형 항공기를 타고 일단 몬트리올로 건너가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PEI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갈아타는 시간을 포함해서 약 3시간 반 정도 걸렸다. 영주권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이렇게 해외여행(?)도 다 가보고 감개무량했다.

몬트리올 공항에서 미달러를 캐나다달러로 환전하는데 충격을 좀 받았다. 수수료를 제하더라도 캐나다 달러가 미달러 보다 약간 더 비쌌다!! 잘 살아보려고(^^) 달러만 믿고 미국에 온지 2년 반도 안되었는데 너무 가혹했다. 몬트리올 공항에 도착하니 퀘백 주에 속해있어서 그런지 모든 안내판은 불어와 영어로 표기 되어있고 불어를 훨씬 더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매일 영어만 보고 들으며 생활하다가 잠시나마 다른 언어 속에 노출이 되니 상당히 신기했다. 이 쪽에서는 감자튀김을 먹을 때 식초를 뿌려 먹는 것 같았다. 적어도 미국서 자란 아내조차 식초를 주는 버거킹을 본 적이 없어서 이게 무슨 용도인지 한참을 궁금해했다.


작은 비행기의 요란한 프로펠러 소리와 함께 구름 속을 뚫고 45분 가량을 날았더니 PEI 특유의 붉은 흙과 잘 정돈된 농지가 보이기 시작했고 이내 PEI에서 가장 큰 타운인 Charlottetown 에 있는 공항에 도착했다.
PEI는 인구 13만 5천명 정도의 캐나다에서 가장 작은 주인데 매년 주민수의 3배가 넘는 관광객이 다녀간다고 한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막 여름 한철 성수기가 끝났기에 대부분의 이름난 식당들이 비수기 휴업에 들어가 있었는데 도착 당일 올해의 마지막 영업을 하는 유명한 홍합요리 전문 레스토랑이 있어서 서둘러 렌트카를 몰아서 이른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한국에서 홍합요리는 사실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나고 자란 곳이 부산이라 어릴 적에 억지로 먹던 기억이 있어 더더욱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곳의 홍합요리는 말 그대로 fantastic 했다. 비린 맛은 전혀 없었으며 홍합 특유의 담백한 맛이 다소 진한 양념에도 그대로 살아있었다. 지역 특산 light ale한잔과 함께 식사를 했는데 어마어마한 양의 홍합요리 두 접시와 clam chowder 한 사발(?), 감자튀김 한 접시 그리고 디저트까지 말끔하게 해치웠다. 레스토랑 이름은 <flex mussels>이고 Charlottetown의 다운타운 쪽 선착장 부근에 있는데 혹시 여름에 이 곳에 가는 분이 있다면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이미 어둑어둑 하길래 잠깐 다운타운을 운전해서 돌아다니다가 예약해 둔 숙소로 향했다. PEI의 사이즈가 아무리 작기는 하나 한마을에서 다른 마을로 가는데 운전을 해서 30분 정도가 걸렸다. 숙소는 작은 별장 형태인 cottage를 택했는데 조용하고 깨끗해서 둘이 머물기에도 좋았지만 가족 혹은 다른 커플과 오기에 더 좋을 것 같았다.  첫날은 그냥 여장을 풀고 집에서 퍼지면서 일찍 잠이 들었다.

나머지 이야기는 일자 별로 차례로 올려야겠다. 사진이 많은데 선별하고 글까지 쓰려고 하니 내일 아침에 출근에 무리가 올 것 같다.

Prince Edward Island 여행 2/4

  1. BlogIcon (2007.11.13 13:15 신고)
    츄츄님의 블로그에 링크되어있는 심플블로깅님의 블로그를 타고 방문했어요.

    P.E.I는 저도 가본 적이 있는데요, 육지와 P.E.I 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라고 하더군요..

    신기하긴 했어요, 가도가도 다리의 끝이 나오지 않고.
    바다 한 가운데를 달리는 기분이랄까..^^;;

    저도 미국 취업을 생각하고 있는 데,
    좋은 싸이트 발견한것 같아 뿌듯합니다~

    또 뵈요~
    • BlogIcon Y군! (2007.11.13 20:41 신고)
      반갑습니다, 림님. 독특한 이름이세요.

      PEI에 가보셨군요. 그 다리, The Confederation Bridge 를 한번 건너가 보고 싶었는데 중간에 유턴이 될 것 같지도 않고 그렇게 되면 레스토랑에 예약해 둔 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아 근처에서 구경만 하다가 왔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멋진 구조물이었어요.

      제 게으른 블로그가 미국 취업 준비하시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 방문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블로그 다녀왔습니다. 읽는 즐거움이 가득한 블로깅을 하시는 분이 츄츄님과 심플블로깅님의 고리를 타고 여기까지 와주셨으니 저도 기쁘네요. 자주 뵈요.
  2. BlogIcon 쿨짹 (2007.11.17 18:32 신고)
    와~~ 좋군요. 흐흐 저 식초 뿌려 먹는 게 영국식이더군요. 미국이 캐나다보다 조금 더 영국풍습(?)들이 남아있는 거 같아요. 처음엔 저도 경악을 했습니다만 요즘 감자칩 중에서도 젤 좋아하는 게 솔트 앤 비니거가 될 정도로 식초 뿌려 먹는 걸 좋아하게 되었어요. ^^
    • BlogIcon Y군! (2007.11.17 19:04 신고)
      그렇군요. 영국 사람들 보면 기름기 많은 음식에는 꼭 식초를 뿌려 먹더라구요. 솔트 앤 비니거 감자칩을 즐겨먹으면서도 거기까지는 생각도 못했어요.
      이틀째 이야기 막 올렸는데 못 보시고 가셨겠네요. ^^
  3. BlogIcon ganu (2008.03.18 22:43 신고)
    덕분에 앤의 고향을~감개 무량...ㅠ.ㅠ

    책을 좋아라한다고 나름 자부했는데 Y군님 덕에 책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갖게 됐습니다. 단지 읽는데 급급했는데...책과 여행의 색다른 목적을 줄 수 있단거 느꼈습니다. 어쩜 전 단 한번도 이런 생각을 못 해봤을까요? 다람쥐 쳇 바퀴 돌듯 사는 인생에 쿨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셨네요. 상하이 처 박혀 산지 3년에 어느새 틀에 갇혀 살고 있었단걸 절실히 깨달았답니다. 댓글도 감사하지만 무엇보다 제게 신선한 생각의 전환의 기회를 주셔서 더욱 감사하답니다. 상하이 살면서 어케 다녀보는 곳 좀 사진도 찍고 해서 블로깅 하려고 하는데 사진만 찍어두어 시간이 지나 삭제 해 버리거나 글을 써 놨는데 사진기를 두고 간다거나...이런 저런 핑계로 제 블로그는 제 귀차니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성반성..티스토리 와서는 안그럴려고 했는데..일에 쫒겨 살면서 틈나면 공부하고 쉬는데 바쁘네요..좀 더 열정을 갖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BlogIcon Y군! (2008.03.20 12:19 신고)
      제가 뉴욕에 있는 터라 수없이 많은 영화의 배경이 되고 있는 장소들을 매일 보고 있지만 책의 배경이 되는 곳을 돌아보고 느끼는 즐거움과는 비할 바가 못되는 것 같습니다. 철저하게 자신의 상상력으로만 그려나간 세상을 직접 보게 될 때의 그 희열 때문인지 서구에는 유명한 작품의 배경이 되는 관광코스가 참 많더군요.
      글 재밌게 읽으셨다니 제가 더 감사합니다. ^^
  4. BlogIcon ganu (2008.03.18 22:45 신고)
    아참,..사실 블로깅도 재밌지만...
    남들 블로그 보는게 더 재밌는것도 나름, 제 허접한 블로그의
    변명이 되나요?ㅎㅎㅎ;;;
  5. gun (2009.12.15 14:00 신고)
    안녕하세요 저도 PEI로 여행을 가볼까하는데 겨울에 가봐도 될만한곳일까요, 그리고 숙소는 어떻게 구하셨는지...
    • BlogIcon Y군! (2010.01.04 10:31 신고)
      겨울에는 추천할 만한 여행지가 아닌 것 같아요. 일단 너무 추워서 밖에서 할 것이 별로 없고, 대부분의 비지니스가 비수기에는 문을 닫는답니다. 숙소는 인터넷으로 검색했고 어디가 좋은지 잘 몰라서 몇군데 골라서 전화해본 다음에 제일 친절하고 믿음직스러운 곳을 골랐어요. 제가 묵었던 곳의 정보는 너무 오래 되어서 찾을 수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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