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약 2년째 미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1년은 플로리다에서 1년은 뉴저지에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아직 한국에는 한번도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생각들을 했었지만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친한 친구들과도 삶을 나누질 못했습니다. 정말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시간이 지나가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연락을 제대로 하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을 떠날 때, 잘 살아보라고 격려해주는 분들도 있었고, 나름 보장된 장래를 왜 버리고 가느냐고 만류하시던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 알량한 자존심의 문제가 가장 컸습니다. 자신의 경력을 쌓으며 착실히 살고 있는 분들이 부럽고 번듯한 직장을 가지지 못하고 전전긍긍 하는 제 스스로가 초라해 보여서 차마 안부를 전할 용기가 나질 않았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삶의 중심을 잡기 시작했는지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되었습니다. 비록 변변한 직장도 없고 아내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서 살고 있기는 하지만 평생을 살 이 땅에서 첫 몇년을 어렵게 지내는 것이 부끄럽거나 비정상적인 일이 아니란 것을 겨우 깨닫게 되었습니다. 외국만 가면 멋지게 살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피눈물 흘리며 노력해야 이땅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을 따라잡고 이길 수 있는데 말이죠. 정말이지 저는 이제 시작일뿐입니다. 손에 거머쥔 성공을 보여줄 때가 아니라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드릴 때이지요.

얼마 전에 삶의 일정 기간을 진심으로 공유했던 지인들 50 여분에게 긴시간 공들여서 쓴 단체메일을 보냈습니다. 얼마나 연락을 하지 않았는지 주소가 바뀌어서 돌아오는 메일이 절반이었습니다만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서 마침내 늘 그리워하던 분들에게 이메일을 모두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연락도 하지 않은 데다가 뜬금없는 단체메일에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을까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다들 격려의 말씀과 함께 안부를 돌려주셨습니다. 한통씩 한통씩 들어오는 이메일들을 읽는 즐거움이란 지난 2년간 미국에서 느껴보지 못한, 익숙하지만 너무나 그리웠던 즐거움이었습니다. 이런 고맙고 좋은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그 동안 연락 없이 살아온 제 스스로가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앞으로는 이 분들에게 자주 안부를 전하려고 합니다. 글을 잘 쓰지도 못하고 생각을 조리 있게 정리하지 못하지만 편안하게 메일을 써보낼 겁니다. 그 분들은 누구보다도 저를 잘 아는 저의 '지인'들이니까요. 거창한 소셜 네트워킹 같은 건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부모님, 친척, 친구, 형님, 누님, 동생들에게 저는 멀리 살아도 늘 가까이서 함께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다른 분들과 나눌만한 내용은 약간씩 손을 봐서 블로그에도 올릴 겁니다. 13~14시간의 시차 때문에 전화로는 도저히 나누지 못하는 감정의 교류마저도 편지나 메일에서는 가능하더군요. 지인들과 메일로 삶의 작은 이야기들을 나눌 생각을 하니 정말 기쁘고 흥분이 됩니다.

'Y군 > Life Stream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8월 현재 근황  (8) 2007.08.22
근황 - 4명의 손님과 짧은 logs  (6) 2007.06.27
지인들에게 편지를 보내다  (6) 2007.05.31
휴가중입니다  (3) 2007.05.29
다시는 오레오를 사먹지 않겠다  (11) 2007.05.14
앞으로 한달간 읽어볼 책들  (6) 2007.05.14
  1. BlogIcon 효미니 (2007.06.01 06:37 신고)
    :) 안부를 전한다는 것이 시작이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친척어른분들께 전화 한통 드린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그리 어렵지는 않은 일입니다만, 막상 번호 누르기가 참 쉽지가 않네요. 그러고 보면, 저희 어머니께서는 자주 한국에 연락하시고 하십니다만 이에 반해, 아버지는 별로 연락 안하시거든요. 아무래도 남자들은 연락을 하고 지낸다는 사실에 둔감해서 일까요? :P
    • BlogIcon Y군! (2007.06.01 15:43 신고)
      맞습니다. 오랜만에 전화해서 어색한 한마디를 시작하기가 어려워서 더더욱 전화기에 손이 가질 않지요. 그래서 편지라는 일방적인 방법이 더욱 효과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너는 남자라도 정이 많아서인지 연락을 자주 하고 싶더라구요.
  2. BlogIcon 효미니 (2007.06.01 23:54 신고)
    사담입니다만, 스킨이 공교롭게도 똑같은 것을 쓰게 되었었네요. 폐를 끼친 것 같아서 송구스럽네요. oTL 그것때문에 바꾸신 건 아니시겠죠? :P
    • BlogIcon Y군! (2007.06.02 08:18 신고)
      하하 아닙니다, 효미니님. 요즘 다들 스킨을 바꾸는 분위기라서 저도 한번 바꿔봤습니다. ^^ 오해하지 마시구요. 세심한 배려에 감사드려요. 주말 잘 보내세요.
  3. BlogIcon 가즈랑 (2007.06.02 02:56 신고)
    두분의 스킨이 잠시 같았었는데 지금은 달라졌네요.^ ^ Y군님 새로운 스킨은 사이드 바가 없네요. 좀더 글에 집중하게 해줍니다. 녹색 덕분에 눈도 편안하고요.

    저도 연락을 드리고픈 분들은 많이 있는데, 좀더 제 삶이 자리잡고 연락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못하고 있어요. 제딴에는 아껴두는 거라고 생각하고는 있는데, 그분들께는 죄송할 따름이죠.
    • BlogIcon Y군! (2007.06.02 08:31 신고)
      2단을 고집하는 이유는 댓글과 글분류를 한눈에 보기 위함이었는데 오히려 더 산만해지는 것 같아 대세를 따라 한번 축소해 보았습니다. 가즈랑님 수준으로 오를 때까지는 종종 바꾸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효미니님께 죄송하네요.^^;;

      저는 삶이 자리잡으려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아예 그 과정을 다 보여드리려구요. 기다리다들 지치시면 안되니까요. 가즈랑님도 얼른 자리잡으시고 그 분들께 연락도 많이 드리시길 기원합니다.
비밀글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