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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 3주년

6월 23일은 내가 미국에 '살' 작정을 하고 태평양을 건너온 지 3년째 되는 날이었다. 이민을 왔든 유학을 왔든 3년은 고생해야 삶의 컨트롤을 좀 할 수 있게 된다는 이민 선배들의 공통된 증언(?)이 있었기에 3년을 바닥부터 구르면 생계는 내 손으로 꾸리게 되겠거니 하고 뒤돌아보지 않고 살았다. 그러면서도 미국에서 나고 자라서 공부까지 한 교포친구들 밖에 내 삶을 비교할 대상이 없었기에 속으로는 항상 많이 조급했었다. 미국이 처음도 아니고 공부를 적게 한 것도 아닌데 말이 다른 나라라고 달라야 얼마나 다를까 했으나 살러 온 것과 놀러온 것/공부하러 온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얼마나 삽질을 많이 했는지 모른다. 영어도 깐에는 좀 한다고 자신 있었는데 그 잘난 자존심은 산산조각이 나서 abc부터 다시..

영어보다 실용적이고 전달력이 강한 경상도 사투리

아내의 한국어 실력, 특히 사투리 실력이 많이 늘었다. 오늘은 아침 일찌부터 우리 둘 다 집에서 컨퍼런스 콜로 각자의 회사일로 미팅이 있었고 이래저래 할 일도 많고 해서 출근 전에 보통 때보다 훨씬 바빴다. 그러던 중 내가 정신이 없던 중에 실수로 아내의 성질을 긁을 말과 행동을 하게 되었다. 보통 이런 경우 나올 말은 아래와 같다. Why are you doing this to me? Don't you see I'm so busy and stressed out with my crazy schedule? blah~ blah~ (중략) Please do not bother me and go away! Leave me alone. 그러면 나도 성질이 나서 티격태격 영어로 가벼운 말다툼을 하게 된다. 그런데 ..

Y군/Life Streaming 2008.05.09

탄둔, 랑랑 그리고 뉴욕 필하모닉의 피아노 협주곡

지난 달, 생일을 맞아서 그리고 good deal의 할인티켓이 있어서, 아내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시즌 관람권을 선물로 구입해줬다. 물론 할인권이라고는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았고 (서울서도 예술의 전당보다는 수원에 있는 경기도문화회관을 더 많이 이용했는데…) 생계가 막연한 미국 생활을 하며 짠돌이가 되어버린 나로서는 고맙기도 했지만 상당히 부담스러운 선물이었다. ^^; 3번의 연주회를 보러 갈 수 있는 패키지였는데 이미 시즌이 시작된 후라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들의 연주회는 이미 매진되어 버렸고, 그 덕분에 비교적 실험적이고 모던한 클래식 음악을 접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물론 나는 그쪽으로는 문외한이다. 생일날 관람한 첫번째 연주회는 ‘와호장룡’, ‘영웅’ 등으로 유명한 중국이 자랑하는 음악감..

웹과 나 2008.05.08

근황 + 공지

1. 며칠 전에 미국나이로 스물아홉이 되었습니다. 한국나이로는 서른이라고 하는 믿어지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고 하는데 저는 만으로 나이를 세는 미국에 살기 때문에, 한국나이로 서른이라고 우겨봤자 누가 인정해주지도 않기 때문에, 철저히 무시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아직도 무모함과 무지함이 넘쳐나기에, 즉 정신연령이 20대 초반에서 머물고 있기에, 도무지 서른이라는 나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군요. 고로 저는 스물아홉이라고 공표(proclaim)합니다. 2. 서른이라는 나이가 될 때까지 이루고 싶은 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앞서 말한 바처럼 저는 스물아홉이기 때문에 아직 1년이 남았지요. 미국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면서 만3년을 까먹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서른이 되면 늘 상상했던 모습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3년 연..

Y군/Life Streaming 2008.04.16

우리집에 놀러 오려면 예약을 해야한다.

우리집은 호텔이다. 내가 호텔에 산다던가 호텔을 경영한다던가 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 집을 호텔처럼 지인들에게 열어두었다는 뜻이다. 사는 동네가 물가가, 특히 집세가 미국에서 가장 비싼 지역 중 하나이니만큼 우리집은 큰 집은 아니다. 침실 하나, 부엌 하나, 거실 하나가 전부이다. 그래서 지인들이 오면 잘 곳이 거실 밖에 없다. 사람을 좋아하고 함께 부대끼며 사는 것을 좋아하는 부부라 아예 처음에 이사올 때 침대 겸용 소파를 샀고 거실 입구에는 커튼도 달아 놓았기 때문에 손님이 있을 때면 거실이 사랑방이 되는 것이다. 하도 자고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재미삼아 엑셀에 기록을 해보았다. 우리집 숙박계인 셈이다. 우리가 이 집에 이사온 2006년 7월 말부터 현재까지 약 1년 8개월간, 날수로 약 600일간 누가..

Y군/Life Streaming 2008.03.26

뉴욕의 합법적 쌈질 이벤트 - Pillow Fight NYC

최근 몇년 사이에 3월 말이면 뉴욕시의 유니온 스퀘어 (Union Square)에서 뉴요커들이 모여서 불특정 다수를 두들겨 패고 얻어 맞는 이벤트가 생겼습니다. 반드시 부드러운 베개를 써야 한다는 규칙이 있기는 하지만요. "Pillow Fight NYC"라는 이름을 가진 이 이벤트가 바로 내일(3/22)입니다. 여느 대도시의 사람들처럼 바쁘고 각박하게 살아가는 뉴요커들이 모여서 동심으로 돌아가 즐거운 시간을 가지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친구도 사귀는 재밌는 이벤트입니다. Newmindspace라는 곳에서 주최하고 있고 시작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해마다 더욱 많이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하네요. 뉴욕시 뿐만 아니라 토론토에서 하는 것 같네요. 공식사이트는 여기입니다. Newsmindspace에서는 배게싸..

뉴욕, 뉴요커 2008.03.21

한밤중의 황당한 볼거리, Elephant Walk in NYC

어제밤에 누가 저한테 전화를 했다면 아마 제가 미쳤다고 생각했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제가 이렇게 말을 했을 테니까요. "지금 뉴욕시, 미드타운에 코끼리들이 걸어다니는걸 구경하러 왔어~! 지금 무지하게 춥고 새벽1시야." 네, 진짜로 어제밤 1시에 와이프랑 미드타운에서 코끼리들이 돌아다니는 걸 보러 갔습니다. www.elephantday.com에서 말하길, "Every year the Ringling Brother's Barnum and Baily Circus rolls into New York City. In anticipation of the event, the circus walks their elephants through Manhattan and on to Madison Square Garde..

뉴욕, 뉴요커 2008.03.20

집중해서 일하자 - 시간관리에 관한 생각 03

똑같이 24시간을 가지고 사는 사람인데 엄청난 양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일주일 40시간 가량의 본업 이외에도 강의, 출판, 블로그, 기고, 부업, 가정생활, 취미생활 등을 모두 성공적으로 해나갑니다. 물론 특정 분야에서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하고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하루 6시간 이상 자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영위하면서도 업무 내외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부럽지요. 저 또한 그들의 시간관리 기술, 아니 기술이라기보다는, 습관을 벤치마킹하고 싶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도 역부족입니다. 먼저 올린 포스팅에서 일의 속도감에 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런 저런 방법을 통해서 시간을 약간은 아끼게 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시..

닭날개와 컬처코드

오늘은 특별히 집에서 치킨 윙(닭 날개) 요리를 만들었다. 아내도 친구들 만나서 놀다가 늦게 들어온다고 해서 누구 눈치 볼 것도 없고 해서 아내의 레시피에 따라 대충 만들어 보았다. 사진을 보면 잘 모르겠지만 꽤 잘 만들어졌다. 한국에는 흔하지 않은 오븐 덕분에 이런 걸 다 만들어 먹고 산다. 닭 날개를 뜯어먹고 있자니 이런저런 재미있는 생각들이 떠올랐다. 1. 흑인들이나 일부 남미사람들은 닭을 먹을 때 관절 끝부분을 뼈째로 깨끗하게 씹어먹어 버린다. 한국사람들도 꽤 깨끗하게 연골까지 먹어치우노만 걔네들은 그걸 보고 왜 제일 맛있는 부분을 버리냐고 뭐라고 하더라. 2. 사실 한국 사람들만큼 음식 깨끗하게 남김없이 잘 먹는 민족이 많이 없다. 대학시절 세상 넓은 줄 알아버리는 바람에 동아시아와 유럽의 지역..